[아티클]왜 헤이그라운드 고객들은 이렇게 충성도가 높을까?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이 문을 연 지 곧 10년이 됩니다. '코워킹 오피스'라는 말이 낯설던 시절부터 공유 경제라는 화두가 떠올랐다 저물고, 성수동이 트렌드가 가장 먼저 모여드는 동네가 되기까지 헤이그라운드는 줄곧 이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사이 성수동에는 수많은 공간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그 공간들처럼 세련된 최신 인테리어나 첨단 IT 설비를 경쟁력으로 내세우지 않습니다. 운영하는 지점도 단 두 곳뿐입니다. 그럼에도 '코워킹 오피스'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비결은 물리적인 공간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운영까지, 모든 영역을 관통하는 단단한 운영 철학에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 과정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역할과 책임을 맡아온 노유리 매니저를 만나 고객에게 사랑받는 공간을 만드는 노하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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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헤이그라운드는 오픈 초기부터 함께한 고객이 여전히 많고, 다시 입주하는 경우도 많은 코워킹 오피스입니다. 고객들이 유독 헤이그라운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워킹 오피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낭만은 '함께' 일하는 데 있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의 조직 문화에서는 조직 간 교류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코워킹 오피스가 '공유'와 '함께'라는 초기의 가치를 내려놓고, 각 회사의 전용 공간을 점점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어요.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공간마저 좁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헤이그라운드는 '함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의미 있다고 믿고 이를 우직하게 유지해 왔습니다. 전용 공간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고, 권장 수용 인원을 억지로 늘려 수익을 높이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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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 공간에 모여 있다고 해서 저절로 교류가 생기지는 않아요. 서로 이야기를 나눌 이유가 있어야 하죠. 헤이그라운드가 '함께 모이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이라는 처음의 믿음을 지금까지 지킬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에요.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공감대를 가진 조직만 입주하기 때문에, 처음 만난 사이라도 대화의 출발점이 이미 있는 셈이죠.


정리하자면, 공간은 기반이고 그 위에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 이것이 헤이그라운드만의 고유한 강점이자, 고객들이 오래 머무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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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헤이그라운드에서 7년 넘게 일하며 팀 내 최장기 근속자가 되셨습니다. 그동안 헤이그라운드 팀은 어떤 방향으로 변해왔고,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처음과 가장 달라진 점은, 커뮤니티 오피스를 지향하지만 커뮤니티'만' 고민하지는 않게 되었다는 거예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저 혼자 스페이스 매니저였고, 나머지 열댓 명의 직원은 모두 커뮤니티 매니저였어요. 고객 경험(CX), 시설 관리, 계약 관리를 맡은 사람 모두가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죠. 그런데 사람들이 떠올리는 커뮤니티 매니저는 주로 행사를 열고 네트워킹을 이끄는 사람이에요. 실제로 하는 일과 직함이 주는 기대 사이에 차이가 컸던 거죠.


그사이 여러 변화를 거쳐, 지금 팀에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함이 없어요. 커뮤니티를 덜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게 아니라, 커뮤니티가 특정 담당자의 일이 아니라 모든 직무의 기본 태도가 되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시설 관리 매니저, 멤버십 매니저, CX 매니저가 각자의 전문 영역을 맡되, 모두가 '커뮤니티적 사고'를 바탕으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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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시설 관리 매니저의 최우선 과제는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거예요. 안전만이 목표라면 위험 요소를 없애는 방식으로만 관리해도 충분하겠죠. 하지만 저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인을 포함해 다양한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요. 모든 사람이 안정감을 느껴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니까요.


입주사 소식을 공유하는 미디어보드도 좋은 예예요. 사실 미디어보드가 없다고 해서 오피스에서 일을 못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서로가 하는 일을 아는 것이 커뮤니티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미디어보드의 관리 우선 순위는 훨씬 높아집니다. 이것이 바로 저희가 말하는 커뮤니티적 사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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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매니저님은 건축을 전공해 공간 인테리어 시공을 도맡고, IT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며, 때로는 정교한 엑셀 시트로 사업 성과를 기획하고 분석하기도 하시죠. 헤이그라운드 팀이 지금의 매니저님을 만든 걸까요?


맞아요, 정말 그래요. 돌이켜보면 제가 여러 일을 하게 된 건 기획과 운영을 나누지 않고 일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흔히 기획과 운영을 나누곤 하는데, 저는 기획자도 20% 정도의 운영 역량을, 운영자도 20% 정도의 기획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떤 일이든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제안을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한 인사이트는 대개 운영 실무자에게 더 많이 있어요. 문제의식 없이 하던 대로만 일하면 변화도 없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죠.


헤이그라운드 팀은 인원이 많지 않아요. 제가 문제를 느끼면 제가 해결해야 하는 구조죠. 건축을 전공했으니 인테리어를 개선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반면 엑셀은 완전히 초보였어요. 그런데 감으로 떠올린 제안에 정말 명확한 근거가 있는지 증명하고 싶어서 숫자를 하나씩 들여다보다 보니, 어느새 방대한 테이블을 만들어 파고들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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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어요. 처음 계기는 팀 내 리소스 부족이었지만, 일을 시스템화한다는 건 숙련된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던 암묵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이기도 해요. 절차를 설계하고 정비하는 것, 그것이 자동화의 선행 조건이자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매 순간 가장 필요한 일을 가장 빨리 해내고 싶은 급한 성격 덕분에 여러 능력이 두루 길러진 것 같아요. 건축 전공자라고 하면 스페셜리스트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저는 건축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만큼 건축을 잘 알지는 못해요. 헤이그라운드에서 폭넓은 제너럴리스트가 된 것이 제게는 가장 큰 자산입니다.



Q. 공간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브랜드의 가치관을 명확히 세우고, 리더들이 그것을 늘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팀이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이 그 가치관과 일관된 방향으로 가도록 언제든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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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특히 중요한 이유는, 공간에는 정말 많은 목소리가 모이기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문의도, 건의도 많아요. 각자의 필요와 불편에서 나온 의견이니 모두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의견을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희는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합리성의 근거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기준이어야 합니다.


브랜드의 가치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제가 팀에 늘 던졌던 질문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첫째, "이 결정이 고객이 '일'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되나요?" 헤이그라운드의 첫 번째 쓰임은 일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둘째, "이 결정으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나요?" 장애인이나 돌봄을 하는 사람들도 '일'하는 주체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셋째, "이 결정이 우리만 제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가치를 높이나요?" 다른 코워킹 오피스에서도 할 법한 일이 아니라, 우리만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질문들을 반복해서 던지다 보니, 어느새 리더만의 기준이 아니라 팀 전체가 공유하는 기준이 되었어요. 한 대표님께서 "헤이그라운드는 신입 직원이 와도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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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곧 헤이그라운드 팀을 떠나신다고 들었어요. 앞으로의 헤이그라운드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헤이그라운드 멤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도 부탁드려요.


앞으로의 헤이그라운드는 지금처럼 여전할 거예요. 어쩌면 더 단단해질 것 같고요. 코로나를 거치며 커뮤니티나 공유 활동은 점점 사라질 거라는 이야기도 나왔고, AI 기술이나 SNS 같은 온라인 소통이 늘면서 비대면 관계가 많아질 거라고도 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함께 나누는 감각을 원해요.


그게 꼭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아요. 헤이그라운드 팀도 그런 교류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누군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우리는 안정감을 얻어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헤이그라운드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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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감각이 특별한 건, 이곳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결심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미션을 일로 만들어 해낸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돈을 벌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매출만을 가치로 삼는 회사보다 감수해야 할 것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더 많은 게 사실이죠. 그런 결심을 한 분들이 어떻게든 원동력을 잃지 않고 일을 이어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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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리

워크스페이스 매니저

헤이그라운드 공간을 가꾸며
멤버의 일상과 성장을 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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