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는데굴 | 빅이슈코리아
¡Amigo!
도토리는데굴 (빅이슈코리아)
제가 사회 변화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능력...은.. 천천히 만들어.. 가겠습니다..
1. 내가 빅이슈코리아에 인턴으로 지원한 까닭
내가 일하는 빅이슈코리아는 많은 사회 분야 중에서 주거취약 계층의 사회적 자립을 목표로 활동을 이어가는는 사회적 기업이다. 대학생 시절에도 여러 대외활동을 하며 느꼈지만, 사회적 경제 영역의 가장 큰 장점은 관심있는 분야에 몰입하여 성과를 창출했을 때 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난 6월 말에 인턴으로 들어와, 곧 있으면 벌써 6개월이 되어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 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이곳에서 참 다양한 일이 있었고, 이번 글에서 풀어낼 홈리스월드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 사회에서 바라보는 주거취약 계층의 현실은 ‘노숙자’다. 서울역에서 술판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미지로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빅이슈코리아에서 배운 주거취약 계층의 정의는 거리 노숙을 포함해 고시원이나 쪽방, PC방, 찜질방 등을을 돌아다니며 생활하는 비적정 거주지에 생활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가 ‘홈리스’라는 사실이었다.
더 쉽게 말하면, 인간답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에서 거주하며, 돌아갈 수 있는 마음 편한 가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홈리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나 역시 홈리스였다. 고등학교 3학년, 우리집은 집주인에 의해 강제 퇴거를 당했다. 전세 계약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아는 지인이 들어올 예정이니 나가라”는 사유였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였기에 방법이 없을까 싶었지만, 우리는 완전한 갑을병정, 그중에서도 정 아래 이름 모를 용어의 집이었기에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 2월부터 수능이 끝난 이후까지 다른 집에 얹혀살며 평범하지 않은 고3 시절을 보냈다.
진작에 취업을 꿈꿨지만, 만약 대학에 간다면 사회복지학을 배워 나 같은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랐고, 결국 빅이슈코리아 인턴을 지원하게 되었다.
2.우리는 ¡Amigo!
나의 힘든 경험들은 뭉치고 쌓이며 날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이곳에 올 수 있었다. 홈리스월드컵은 나의 지난 날들을 떠올리게 했고, 그날들을 추억처럼 만들어줬다.
홈리스월드컵은 홈리스의 상황에 놓인 전 세계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국제 행사다. 친구들에게 홈리스월드컵 행사를 한다고 하니, 홈리스는 무엇인지부터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한국에 방문하냐는 등 질문 공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홈리스여도 공차면 다 친구잖아?’
나는 그저 가볍게 대답했다. 사실, 홈리스월드컵에서 일반 월드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우리가 이름만 말해도 알 만한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보다 훈련 시간이 부족한 정도다.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를 통해 소통하며 다른 이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나는 그 중에서도 멕시코 친구들과 친해졌다. 우선, 난 영어도 잘 못 한다. 이런 내가 해외 선수들을 도와 일을 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지만,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친구들은 내 마음을 알아주며 천천히 물어보고 천천히 답해주었다. 스페인어는 더 심각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사와 멕시코 친구들이 하는 리액션 ‘¡papito!’를 배워 대회 기간 중 얼굴을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했고, 마지막 날에는 친구들과 셀카도 찍고 유니폼까지 선물로 받았다.
뿐만 아니라 우간다, 케냐, 불가리아, 방글라데시, 일본, 헝가리, 독일, 미국, 아일랜드 등 어쩌면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할 나라의 선수들과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월드컵이라는 축구 대회 자체를 즐겼다. (물론 즐기기만 한 건 아니고, 정말 열심히 일 했다. 대회가 끝나고 몸무게를 재보니 4Kg가 넘게 빠졌다…)
3.우리, 우리, 우리
내가 이렇게 빅이슈코리아에서 일하는 동안, 적어도 내 주변의 친구들은 홈리스라는 용어와 홈리스월드컵이라는 행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내가 바라본 우리 사회는, 스스로 겪는 일이 아니라면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 어쩌면 나 역시도 그렇다. 만약 고등학생 때 홈리스의 문제를 겪지 않았다면, 빅이슈코리아에 관심을 가졌을까? 게다가 거리 노숙자라는 이미지가 너무 부정적으로 비춰져 외면받는 현실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홈리스월드컵은 축구라는 이름으로 홈리스를 알릴 기회였다. 물론, 이 한 번의 행사로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홈리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을 가져가는 것은 어렵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나는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같이 고민할 사람이 늘어난다면 결국 변화의 바람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는 가끔씩 너무나 안전한 울타리를 만든다. 그것이 나의 공간이 아닌 나의 한계가 될 때도 있고, 사회와 소통할 기회를 단절시키기도 한다. 홈리스 상황에 놓인 이들이 나와는 다른 울타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을 닫아 버리기에는, 우리는 이미 같은 사회라는 한 공간에 함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참 웃긴다. 영어는 커녕 스페인어도 전혀 못했는데, 멕시코 친구가 생겼다. 홈리스라는, 그들이 잠시 겪고 있는 문제를 제외하면 우리는 결국 친구일 테니… 부디 조금만 문을 열어보면 어떨까? 홈리스의 종식으로 찾아올 우리의 새로운 사회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Gracias amigos.
이 글은 '2024년 헤이그라운드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으로, 멤버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입니다.
도토리는데굴 | 빅이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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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는데굴 (빅이슈코리아)
제가 사회 변화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능력...은.. 천천히 만들어.. 가겠습니다..
1. 내가 빅이슈코리아에 인턴으로 지원한 까닭
내가 일하는 빅이슈코리아는 많은 사회 분야 중에서 주거취약 계층의 사회적 자립을 목표로 활동을 이어가는는 사회적 기업이다. 대학생 시절에도 여러 대외활동을 하며 느꼈지만, 사회적 경제 영역의 가장 큰 장점은 관심있는 분야에 몰입하여 성과를 창출했을 때 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난 6월 말에 인턴으로 들어와, 곧 있으면 벌써 6개월이 되어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 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이곳에서 참 다양한 일이 있었고, 이번 글에서 풀어낼 홈리스월드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 사회에서 바라보는 주거취약 계층의 현실은 ‘노숙자’다. 서울역에서 술판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미지로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빅이슈코리아에서 배운 주거취약 계층의 정의는 거리 노숙을 포함해 고시원이나 쪽방, PC방, 찜질방 등을을 돌아다니며 생활하는 비적정 거주지에 생활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가 ‘홈리스’라는 사실이었다.
더 쉽게 말하면, 인간답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에서 거주하며, 돌아갈 수 있는 마음 편한 가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홈리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나 역시 홈리스였다. 고등학교 3학년, 우리집은 집주인에 의해 강제 퇴거를 당했다. 전세 계약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아는 지인이 들어올 예정이니 나가라”는 사유였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였기에 방법이 없을까 싶었지만, 우리는 완전한 갑을병정, 그중에서도 정 아래 이름 모를 용어의 집이었기에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 2월부터 수능이 끝난 이후까지 다른 집에 얹혀살며 평범하지 않은 고3 시절을 보냈다.
진작에 취업을 꿈꿨지만, 만약 대학에 간다면 사회복지학을 배워 나 같은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랐고, 결국 빅이슈코리아 인턴을 지원하게 되었다.
2.우리는 ¡Amigo!
나의 힘든 경험들은 뭉치고 쌓이며 날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이곳에 올 수 있었다. 홈리스월드컵은 나의 지난 날들을 떠올리게 했고, 그날들을 추억처럼 만들어줬다.
홈리스월드컵은 홈리스의 상황에 놓인 전 세계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국제 행사다. 친구들에게 홈리스월드컵 행사를 한다고 하니, 홈리스는 무엇인지부터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한국에 방문하냐는 등 질문 공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홈리스여도 공차면 다 친구잖아?’
나는 그저 가볍게 대답했다. 사실, 홈리스월드컵에서 일반 월드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우리가 이름만 말해도 알 만한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보다 훈련 시간이 부족한 정도다.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를 통해 소통하며 다른 이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나는 그 중에서도 멕시코 친구들과 친해졌다. 우선, 난 영어도 잘 못 한다. 이런 내가 해외 선수들을 도와 일을 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지만,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친구들은 내 마음을 알아주며 천천히 물어보고 천천히 답해주었다. 스페인어는 더 심각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사와 멕시코 친구들이 하는 리액션 ‘¡papito!’를 배워 대회 기간 중 얼굴을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했고, 마지막 날에는 친구들과 셀카도 찍고 유니폼까지 선물로 받았다.
뿐만 아니라 우간다, 케냐, 불가리아, 방글라데시, 일본, 헝가리, 독일, 미국, 아일랜드 등 어쩌면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할 나라의 선수들과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월드컵이라는 축구 대회 자체를 즐겼다. (물론 즐기기만 한 건 아니고, 정말 열심히 일 했다. 대회가 끝나고 몸무게를 재보니 4Kg가 넘게 빠졌다…)
3.우리, 우리, 우리
내가 이렇게 빅이슈코리아에서 일하는 동안, 적어도 내 주변의 친구들은 홈리스라는 용어와 홈리스월드컵이라는 행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내가 바라본 우리 사회는, 스스로 겪는 일이 아니라면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 어쩌면 나 역시도 그렇다. 만약 고등학생 때 홈리스의 문제를 겪지 않았다면, 빅이슈코리아에 관심을 가졌을까? 게다가 거리 노숙자라는 이미지가 너무 부정적으로 비춰져 외면받는 현실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홈리스월드컵은 축구라는 이름으로 홈리스를 알릴 기회였다. 물론, 이 한 번의 행사로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홈리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을 가져가는 것은 어렵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나는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같이 고민할 사람이 늘어난다면 결국 변화의 바람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는 가끔씩 너무나 안전한 울타리를 만든다. 그것이 나의 공간이 아닌 나의 한계가 될 때도 있고, 사회와 소통할 기회를 단절시키기도 한다. 홈리스 상황에 놓인 이들이 나와는 다른 울타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을 닫아 버리기에는, 우리는 이미 같은 사회라는 한 공간에 함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참 웃긴다. 영어는 커녕 스페인어도 전혀 못했는데, 멕시코 친구가 생겼다. 홈리스라는, 그들이 잠시 겪고 있는 문제를 제외하면 우리는 결국 친구일 테니… 부디 조금만 문을 열어보면 어떨까? 홈리스의 종식으로 찾아올 우리의 새로운 사회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Gracias amigos.
이 글은 '2024년 헤이그라운드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으로, 멤버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