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나아가는 사이니지 원칙 3가지를 만들기까지
헤이그라운드 양 지점에는 약 3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사이니지가 있습니다. 사이니지란, 길이나 방향, 방법 등 공간 이용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신호체계’ 또는 ‘안내문’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인 만큼 중요한 자산인데, 시간을 내어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대로 낡아버리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이그라운드에도 그간 수많은 사람을 거쳐 만들어진 여러 모습의 사이니지가 많이 쌓여 있었어요. 지난해에는 이 사이니지를 개선하는 <사이니지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사이니지의 대표적인 예시로, 이용자에게 공간의 위치와 기능을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이니지 리뉴얼 프로젝트의 목적
: 누구나 독립적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업무 공간, 편의 시설을 누구나 쉽게 활용하려면 잘 보이는 곳에 ‘설명’이 있어야겠죠. 다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니만큼 지켜야하는 ‘규칙’도 잘 보여야해요. 설명과 규칙을 하나, 둘 씩 더하고 붙이고..
이렇게 쌓인 사이니지는 따로 보면 예쁘지만 모여있을 땐 어딘가 아찔한 다채로움이 돋보입니다.

헤이그라운드 공간 곳곳에 부착되어 있었던 사이니지. 다채롭지만 아찔하다..
이걸 정리해야겠다 싶었죠. 다만, 사이니지를 단순히 더 깔끔하고 예쁘게 바꾸려는 건 아니었어요.
공간 이용 정보를 최신화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어요.
지난해 헤이그라운드의 문의 접수 채널과 운영 방침이 많이 달라지면서, 그에 맞춰 정보를 업데이트할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누구나 공간에서 불편함 없이, 원하는 대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팀의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데 사이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죠. “접근성 강화”를 중심으로 게시용 안내문 템플릿, 공간 곳곳에 붙어있는 규칙과 중요 정보문을 리뉴얼 했습니다.
접근성과 디자인, 어디까지 고려할 수 있을까?
리뉴얼해야 할 사이니지는 크게 두 가지 였습니다. (1)안내문과 (2)공간 이용 사이니지가 있었어요.
(1)안내문이란, 공간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벽이나 문에 부착하는 공지 형태의 문서를 말합니다. 주로 이번주의 새로운 공간 공지 사항, 요청 등이 이에 해당해요.
(2)공간 이용 사이니지란, 이용자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 표지판입니다. 이번 리뉴얼에서는 시설 문제 제보, 회의실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등의 표지판을 개선하기로 했어요.
먼저, 안내문 리뉴얼에서는 아래 두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템플릿으로 수정한다.
- 여기서 누구나란, 안내문을 작성하는 헤이그라운드 팀원 누구나 입니다.
- 헤이그라운드 디자인 가이드를 반영한다.
- 정보를 중심으로 멤버 누구나 인지하기 쉽되, 헤이그라운드다움이 묻어나는 디자인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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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게시용 안내문 템플릿. 알차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리뉴얼된 게시용 안내문 템플릿은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헤이그라운드다운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빠르게 내용을 입력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템플릿화 했어요. 덕분에 새롭게 합류한 팀원도 별도 교육 없이 바로 안내문을 제작할 수 있고, 공간 전반에서 일관된 메시지와 톤앤매너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공간 이용 사이니지 리뉴얼은 보다 복잡했습니다.
설명하고 알려야할 정보가 많은데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많은 정보를 한번에 보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죠. 보여주는 정보를 최소화 하면서도 필요한 정보가 누락되지 않는 게 관건이었어요. 거기에 헤이그라운드에 방문하는 누구나 공간에서 불편함 없이, 원하는 대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같이 고려하다 보니 프로젝트 범위가 너무 방대해졌습니다.
레퍼런스가 없어 너무 많은 가능성과 그에 따른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환경도 생각하고 싶고 접근성도, 디자인도, 정보 업데이트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논의를 하면 할수록 모든 것이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산으로 바다로 프로젝트가 떠밀려다니게 되었습니다. 결국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하는지 프로젝트의 갈피를 잡기 어려웠어요.
...사이니지에 점자를 같이 붙일까? 높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점자를 넣으려면 글자를 줄여야하는데 너무 줄이면 필요한 내용을 못 담는데, 그럼 큐알을 넣을까? 시각장애인이 큐알에 접근할 수 있으려면 어떤걸 해야할까? 발달장애인을 위해 조금 더 쉬운 표현을 쓰려면 풀어써야되는데 어느 정도가 적당하지?...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헤매던 중 머릿속에서 누군가 ‘이러다 다 놓쳐!’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을 해내려면 기준부터 단단히 잡고 수많은 고민들이 합치하는 중간 지점을 찾아야겠더라고요.

도서출판 점자 대표님과 함께했던 헤이그라운드 점자 워크숍. 이 인연으로 자문까지 요청드릴 수 있었어요.
특히 레퍼런스를 찾기 어려웠던 접근성에 대해서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도서출판 점자 대표님께서 자문을 진행해주셨고, 직원분들도 참여해 주셨습니다. 당사자의 공간 다양한 실제 경험과 헤이그라운드 공간 현황에 대해 여러 의견을 받았어요. 그리고 ‘모두를 위한’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논문, 각 기관의 가이드 등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고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획득한 자원을 바탕으로 공간 내부 사이니지 리뉴얼 프로젝트의 원칙을 아래의 내용으로 재정비했습니다. 막연했던 대상(사용자)도 이 프로젝트에서 반영 가능한 수준으로 좁혀 나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사이니지가 탄생하여 공간에 시공되었습니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된 사이니지
“매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이 탄생했다!” 라고 하기엔 결과물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헤이그라운드 사이니지는 이전보다 확실히 정보전달의 효율성과 가독성이 향상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사이니지를 인지하고 쉽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죠.

사이니지 내용을 수정할 일이 있을때 끼워진 종이만 교체하면 돼요.
회의실 책상에 있는 사이니지는 필요에 따라 끼워진 종이만 교체하면 다른 내용을 안내할 수 있어 사이니지 교체로 인한 폐기물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주문제작한 둥글고 튼튼한 모서리!
회의실에 사용된 사이니지는 교체 없이 오래 사용하기 위해 아크릴 소재를 선택했는데요. 시중에 판매되는 아크릴 제품 끝이 너무 날카로워서 안전을 위해 더 둥글고 튼튼하게 주문 제작했어요. 아크릴을 라운드 형태로 주문제작하는 곳이 거의 없어 수소문 끝에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사이니지 교체와 함께 업무 효율도 높였어요.
또, 공간 곳곳에 위치한 사이니지를 통해 멤버들이 이용가이드와 새롭게 도입된 시설문제 제보 프로세스를 잘 활용하고 있어요. 공간에서 문제가 생겼을때, 해결하는 시간도 1/3 수준으로 줄었죠.
모두를 위한다는 것은…
사이니지 리뉴얼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를 위한 완벽한 방법이란 한 순간에 혁신적으로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접근성 향상이 필요한 분야는 매우 다양하고 장애의 스펙트럼 역시 매우 넓고 다양합니다. 가령,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해 사이니지에 점자를 부착하는 등의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시각장애인이 공간에서 해당 사이니지에 도달하기까지의 물리적 과정도 함께 고려해야합니다. 이때에는 음성정보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더불어, 시각장애에도 여러 분류가 있습니다. (참고)

헤이그라운드에는 노인, 어린이, 휠체어 이용자 등 다양한 눈높이를 가진 사람들이 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어 차근히 시도해보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접근성 향상을 고민할 때 실제로 적용 가능한 범위를 찾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시각 장애인의 경우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저시력인을 기준으로, 휠체어 이용인을 포함한 다양한 눈높이를 고려했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신장(키)을 가진 노인, 어린이 등의 비장애인도 포함됩니다. 발달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위해 어렵고 낯선 용어는 배제하는 대신 모두에게 어색하지 않은 수준의 쉬운 표현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공간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기!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당사자의 의견을 많이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론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현재 실현가능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의견 나누며 도움 받을 수 있고요. 의견을 수집할 때 한 분의 의견이 모든 당사자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유념해야 합니다.
헤이그라운드 팀은 이전에도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장애 당사자의 자문을 구해왔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이 하나씩 팀 내에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공간에 가까워지기 위한 한 겹 한 겹을 쌓아가고 있어요.

헤이그라운드 공간 곳곳에서 사이니지를 발견하신다면 반가워해주세요.
앞으로도 헤이그라운드는 이러한 시도를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이러한 시도가 더 많은 공간에도 확장되길 바라며, 헤이그라운드의 경험과 노하우가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직접 사이니지도 둘러보고, 공간의 접근성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헤이그라운드 유니버설디자인 투어 신청하러 가기
참고자료
- 국립국어원 ·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점자 편의시설 표준 지침서』, 2023.
- 서울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 활성화 방안에 대한 해외사례 연구』, 정보소통광장, 2021.
- 한국장애인개발원, 『2010 장애인편의시설 매뉴얼 복지시설』, 2010.
-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안내 및 유도 매뉴얼』, 2020.
- MSV, 사회적 접근성이 지금 중요한 이유, 2024.
- MSV, 숨겨진 장애, 난독증을 고려한 디자인 요소들, 2024.
조선희
CX 매니저
언제나 헤이그라운드 멤버 곁에 있습니다.
헤이그라운드 커뮤니티와 함께 한 순간이 내내 반짝이기를 바랍니다.
‘모두’에게 나아가는 사이니지 원칙 3가지를 만들기까지
헤이그라운드 양 지점에는 약 3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사이니지가 있습니다. 사이니지란, 길이나 방향, 방법 등 공간 이용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신호체계’ 또는 ‘안내문’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인 만큼 중요한 자산인데, 시간을 내어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대로 낡아버리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이그라운드에도 그간 수많은 사람을 거쳐 만들어진 여러 모습의 사이니지가 많이 쌓여 있었어요. 지난해에는 이 사이니지를 개선하는 <사이니지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사이니지의 대표적인 예시로, 이용자에게 공간의 위치와 기능을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이니지 리뉴얼 프로젝트의 목적
: 누구나 독립적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업무 공간, 편의 시설을 누구나 쉽게 활용하려면 잘 보이는 곳에 ‘설명’이 있어야겠죠. 다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니만큼 지켜야하는 ‘규칙’도 잘 보여야해요. 설명과 규칙을 하나, 둘 씩 더하고 붙이고..
이렇게 쌓인 사이니지는 따로 보면 예쁘지만 모여있을 땐 어딘가 아찔한 다채로움이 돋보입니다.
헤이그라운드 공간 곳곳에 부착되어 있었던 사이니지. 다채롭지만 아찔하다..
이걸 정리해야겠다 싶었죠. 다만, 사이니지를 단순히 더 깔끔하고 예쁘게 바꾸려는 건 아니었어요.
공간 이용 정보를 최신화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어요.
지난해 헤이그라운드의 문의 접수 채널과 운영 방침이 많이 달라지면서, 그에 맞춰 정보를 업데이트할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누구나 공간에서 불편함 없이, 원하는 대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팀의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데 사이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죠. “접근성 강화”를 중심으로 게시용 안내문 템플릿, 공간 곳곳에 붙어있는 규칙과 중요 정보문을 리뉴얼 했습니다.
접근성과 디자인, 어디까지 고려할 수 있을까?
리뉴얼해야 할 사이니지는 크게 두 가지 였습니다. (1)안내문과 (2)공간 이용 사이니지가 있었어요.
(1)안내문이란, 공간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벽이나 문에 부착하는 공지 형태의 문서를 말합니다. 주로 이번주의 새로운 공간 공지 사항, 요청 등이 이에 해당해요.
(2)공간 이용 사이니지란, 이용자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 표지판입니다. 이번 리뉴얼에서는 시설 문제 제보, 회의실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등의 표지판을 개선하기로 했어요.
먼저, 안내문 리뉴얼에서는 아래 두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완성된 게시용 안내문 템플릿. 알차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리뉴얼된 게시용 안내문 템플릿은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헤이그라운드다운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빠르게 내용을 입력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템플릿화 했어요. 덕분에 새롭게 합류한 팀원도 별도 교육 없이 바로 안내문을 제작할 수 있고, 공간 전반에서 일관된 메시지와 톤앤매너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공간 이용 사이니지 리뉴얼은 보다 복잡했습니다.
설명하고 알려야할 정보가 많은데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많은 정보를 한번에 보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죠. 보여주는 정보를 최소화 하면서도 필요한 정보가 누락되지 않는 게 관건이었어요. 거기에 헤이그라운드에 방문하는 누구나 공간에서 불편함 없이, 원하는 대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같이 고려하다 보니 프로젝트 범위가 너무 방대해졌습니다.
레퍼런스가 없어 너무 많은 가능성과 그에 따른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환경도 생각하고 싶고 접근성도, 디자인도, 정보 업데이트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논의를 하면 할수록 모든 것이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산으로 바다로 프로젝트가 떠밀려다니게 되었습니다. 결국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하는지 프로젝트의 갈피를 잡기 어려웠어요.
...사이니지에 점자를 같이 붙일까? 높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점자를 넣으려면 글자를 줄여야하는데 너무 줄이면 필요한 내용을 못 담는데, 그럼 큐알을 넣을까? 시각장애인이 큐알에 접근할 수 있으려면 어떤걸 해야할까? 발달장애인을 위해 조금 더 쉬운 표현을 쓰려면 풀어써야되는데 어느 정도가 적당하지?...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헤매던 중 머릿속에서 누군가 ‘이러다 다 놓쳐!’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을 해내려면 기준부터 단단히 잡고 수많은 고민들이 합치하는 중간 지점을 찾아야겠더라고요.
도서출판 점자 대표님과 함께했던 헤이그라운드 점자 워크숍. 이 인연으로 자문까지 요청드릴 수 있었어요.
특히 레퍼런스를 찾기 어려웠던 접근성에 대해서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도서출판 점자 대표님께서 자문을 진행해주셨고, 직원분들도 참여해 주셨습니다. 당사자의 공간 다양한 실제 경험과 헤이그라운드 공간 현황에 대해 여러 의견을 받았어요. 그리고 ‘모두를 위한’다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논문, 각 기관의 가이드 등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고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획득한 자원을 바탕으로 공간 내부 사이니지 리뉴얼 프로젝트의 원칙을 아래의 내용으로 재정비했습니다. 막연했던 대상(사용자)도 이 프로젝트에서 반영 가능한 수준으로 좁혀 나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사이니지가 탄생하여 공간에 시공되었습니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된 사이니지
“매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이 탄생했다!” 라고 하기엔 결과물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헤이그라운드 사이니지는 이전보다 확실히 정보전달의 효율성과 가독성이 향상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사이니지를 인지하고 쉽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죠.
사이니지 내용을 수정할 일이 있을때 끼워진 종이만 교체하면 돼요.
회의실 책상에 있는 사이니지는 필요에 따라 끼워진 종이만 교체하면 다른 내용을 안내할 수 있어 사이니지 교체로 인한 폐기물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주문제작한 둥글고 튼튼한 모서리!
회의실에 사용된 사이니지는 교체 없이 오래 사용하기 위해 아크릴 소재를 선택했는데요. 시중에 판매되는 아크릴 제품 끝이 너무 날카로워서 안전을 위해 더 둥글고 튼튼하게 주문 제작했어요. 아크릴을 라운드 형태로 주문제작하는 곳이 거의 없어 수소문 끝에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사이니지 교체와 함께 업무 효율도 높였어요.
또, 공간 곳곳에 위치한 사이니지를 통해 멤버들이 이용가이드와 새롭게 도입된 시설문제 제보 프로세스를 잘 활용하고 있어요. 공간에서 문제가 생겼을때, 해결하는 시간도 1/3 수준으로 줄었죠.
모두를 위한다는 것은…
사이니지 리뉴얼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를 위한 완벽한 방법이란 한 순간에 혁신적으로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접근성 향상이 필요한 분야는 매우 다양하고 장애의 스펙트럼 역시 매우 넓고 다양합니다. 가령,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해 사이니지에 점자를 부착하는 등의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시각장애인이 공간에서 해당 사이니지에 도달하기까지의 물리적 과정도 함께 고려해야합니다. 이때에는 음성정보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더불어, 시각장애에도 여러 분류가 있습니다. (참고)
헤이그라운드에는 노인, 어린이, 휠체어 이용자 등 다양한 눈높이를 가진 사람들이 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어 차근히 시도해보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접근성 향상을 고민할 때 실제로 적용 가능한 범위를 찾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시각 장애인의 경우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저시력인을 기준으로, 휠체어 이용인을 포함한 다양한 눈높이를 고려했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신장(키)을 가진 노인, 어린이 등의 비장애인도 포함됩니다. 발달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위해 어렵고 낯선 용어는 배제하는 대신 모두에게 어색하지 않은 수준의 쉬운 표현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공간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기!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당사자의 의견을 많이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론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현재 실현가능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의견 나누며 도움 받을 수 있고요. 의견을 수집할 때 한 분의 의견이 모든 당사자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유념해야 합니다.
헤이그라운드 팀은 이전에도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장애 당사자의 자문을 구해왔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이 하나씩 팀 내에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공간에 가까워지기 위한 한 겹 한 겹을 쌓아가고 있어요.
헤이그라운드 공간 곳곳에서 사이니지를 발견하신다면 반가워해주세요.
앞으로도 헤이그라운드는 이러한 시도를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이러한 시도가 더 많은 공간에도 확장되길 바라며, 헤이그라운드의 경험과 노하우가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직접 사이니지도 둘러보고, 공간의 접근성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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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국립국어원 ·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점자 편의시설 표준 지침서』, 2023.
- 서울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 활성화 방안에 대한 해외사례 연구』, 정보소통광장, 2021.
- 한국장애인개발원, 『2010 장애인편의시설 매뉴얼 복지시설』, 2010.
-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안내 및 유도 매뉴얼』, 2020.
- MSV, 사회적 접근성이 지금 중요한 이유, 2024.
- MSV, 숨겨진 장애, 난독증을 고려한 디자인 요소들, 2024.
CX 매니저
언제나 헤이그라운드 멤버 곁에 있습니다.
헤이그라운드 커뮤니티와 함께 한 순간이 내내 반짝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