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밸류랩 | 햇살가득
서로를 돌보며 회복을 만들어가는 길에서
햇살가득 (소셜밸류랩)
소셜액션네트워크, 베이크를 통해
나의 변화, 일의 변화,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19년, 나는 지금의 베이크의 프로토타입 서비스를 막 오픈한 상태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관심사에 맞는 활동을 만들고, 그 과정을 통해 회복을 경험하는 플랫폼을 꿈꿨다. 당시 월드비전 동료들과 소규모로 이야기를 나누며 실험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비전을 공유했다. “직접 액션을 만들거나, 참여하거나, 함께할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제안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전문가인 우리도 힘든 일을 누가 하겠냐”는 말이 돌아왔다.
그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동료가 성민 님을 소개했다. 네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는 리본 만들기 클래스를 통해 산후우울증에서 조금씩 회복해 나갔고, 이후에는 다른 엄마들의 웃음을 되찾아주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상상한 ‘참여자’와 너무 달라 망설였다. 네 아이를 키우며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며칠 뒤, 성민 님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경기도 광주의 신축 아파트로 향했다. 공간이 없어 거실에서 엄마들과 활동을 진행한다는 그녀는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았다. 잘 정돈된 거실에 앉아, 나는 ‘액션을 통한 존엄성 회복’이라는 꿈과 프로토타입 서비스를 소개했다. 성민 님은 “카톡이나 블로그도 있는데 굳이...”라며 반문했지만, 꼬치꼬치 질문을 쏟아내며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회복’이라는 말에 끌리네요. 한번 해볼게요.”
그해, 성민 님은 불완전한 플랫폼에서 다섯 개의 액션을 만들었다. 엄마들을 위한 클래스를 열고, 육아로 지친 이들을 위한 엄마의 밥상을 준비하는 등, 그녀의 액션에는 웃음과 눈물이 있었다. 서비스 오류로 밤낮없이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애를 먹기도 했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이런 일을 해내려는 그녀의 모습이 내 앞에 있었다. 그저 놀랍고 벅찼다. 평범한 한 사람이 만든 변화가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지친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성민 님을 돌보며, 나는 내 안의 두려움을 내려놓았다. 돌봄은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서로에게서 자라는 생명력이었다.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망설이던 내게 멘토 박사님이 말했다. “이렇게 생생한 증거가 있는데, 뭘 더 망설여요?” 그 말에 눈물이 터졌다. ‘못 하겠다’던 나는, 성민 님의 용기에 기대어 ‘한번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녀는 회복의 여정 한가운데서 다른 엄마들을 돌보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돌보며 베이크를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찾은 나를 다시 만났다.
시간이 흘렀다. 베이크 활동이 뜸해진 사이, 성민 님은 베이크 액션 부스터 2기에다시 도전했다. 이번엔 동료와 함께였다. ‘엄선 클래스’, 도시락 봉사, 오포읍 축제, ‘꿀벌을 지켜라’ 같은 프로그램이 작은 씨앗에서 튼튼한 나무로 자라났다. 40 대 중반에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플랫폼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다. “카톡이나 블로그로는 부족하다. 베이크로 변화를 기록하고 싶다”던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심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혼자 쓰던 블로그는 이제 베이크를 통해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돌보는 공간으로 자라나고 있다. 엄마들을 위한 클래스는 엄마가 선생님이 되는 수업, 엄선 클래스로 자리를 잡았고, ‘엄마의 밥상’은 엄마들이 만든 반찬을 독거 어르신들께 전하며, 이웃 간의 따뜻한 연결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우물가는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했고, 공간 마련과 인테리어, 이사를 위한 비용은 많은 이들의 손길로 채워졌다.
“모든 게 기적 같다”는 성민 님의 미소는, 그 기적이 우리 곁에 있음을 증명했다. 그 기적은 말없이 견디고, 인내하며 연결한 시간들로 만들어졌다. 소셜 임팩트뉴스와 협력해 경기 광주의 초등학생들이 우리 동네 이야기를 직접 취재하고 기록하는 ‘우리동네탐사대, 샛별단’도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광주시문화재단 지원으로 마중물을 얻었고, 더 큰 꿈을 준비 중이다. 나는 성민 님과의 관계와 연결 속에서 이 모든 시간을 돌아보며, 그것이 곧 나를 돌보는 시간이었음을 깨달았다. 돌봄은 나를 작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를 새롭고 더 깊은 세계로
이끄는 일이었다.
성민 님은 엄마들을 돌보며 회복했고, 나는 그녀의 액션을 통해 제2, 제3의 성민 님을 돌보고 싶다는 삶의 이유를 확인했다. 그녀의 돌봄이 나를 일깨웠고, 나의 자각과 회복이 지금의 베이크를 낳는 수고와 인내를 가능하게 했다. 나는 여전히 바란다. 한 사람의 회복이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이 되길. 그렇게, 우리 곁에 또 하나의 우물가가 생기길.
이 글은 '2025년 헤이그라운드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으로, 멤버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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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변화, 일의 변화,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19년, 나는 지금의 베이크의 프로토타입 서비스를 막 오픈한 상태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관심사에 맞는 활동을 만들고, 그 과정을 통해 회복을 경험하는 플랫폼을 꿈꿨다. 당시 월드비전 동료들과 소규모로 이야기를 나누며 실험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비전을 공유했다. “직접 액션을 만들거나, 참여하거나, 함께할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제안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전문가인 우리도 힘든 일을 누가 하겠냐”는 말이 돌아왔다.
그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동료가 성민 님을 소개했다. 네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는 리본 만들기 클래스를 통해 산후우울증에서 조금씩 회복해 나갔고, 이후에는 다른 엄마들의 웃음을 되찾아주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상상한 ‘참여자’와 너무 달라 망설였다. 네 아이를 키우며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며칠 뒤, 성민 님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경기도 광주의 신축 아파트로 향했다. 공간이 없어 거실에서 엄마들과 활동을 진행한다는 그녀는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았다. 잘 정돈된 거실에 앉아, 나는 ‘액션을 통한 존엄성 회복’이라는 꿈과 프로토타입 서비스를 소개했다. 성민 님은 “카톡이나 블로그도 있는데 굳이...”라며 반문했지만, 꼬치꼬치 질문을 쏟아내며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회복’이라는 말에 끌리네요. 한번 해볼게요.”
그해, 성민 님은 불완전한 플랫폼에서 다섯 개의 액션을 만들었다. 엄마들을 위한 클래스를 열고, 육아로 지친 이들을 위한 엄마의 밥상을 준비하는 등, 그녀의 액션에는 웃음과 눈물이 있었다. 서비스 오류로 밤낮없이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애를 먹기도 했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이런 일을 해내려는 그녀의 모습이 내 앞에 있었다. 그저 놀랍고 벅찼다. 평범한 한 사람이 만든 변화가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지친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성민 님을 돌보며, 나는 내 안의 두려움을 내려놓았다. 돌봄은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서로에게서 자라는 생명력이었다.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망설이던 내게 멘토 박사님이 말했다. “이렇게 생생한 증거가 있는데, 뭘 더 망설여요?” 그 말에 눈물이 터졌다. ‘못 하겠다’던 나는, 성민 님의 용기에 기대어 ‘한번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녀는 회복의 여정 한가운데서 다른 엄마들을 돌보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돌보며 베이크를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찾은 나를 다시 만났다.
시간이 흘렀다. 베이크 활동이 뜸해진 사이, 성민 님은 베이크 액션 부스터 2기에다시 도전했다. 이번엔 동료와 함께였다. ‘엄선 클래스’, 도시락 봉사, 오포읍 축제, ‘꿀벌을 지켜라’ 같은 프로그램이 작은 씨앗에서 튼튼한 나무로 자라났다. 40 대 중반에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플랫폼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다. “카톡이나 블로그로는 부족하다. 베이크로 변화를 기록하고 싶다”던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결심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혼자 쓰던 블로그는 이제 베이크를 통해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돌보는 공간으로 자라나고 있다. 엄마들을 위한 클래스는 엄마가 선생님이 되는 수업, 엄선 클래스로 자리를 잡았고, ‘엄마의 밥상’은 엄마들이 만든 반찬을 독거 어르신들께 전하며, 이웃 간의 따뜻한 연결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우물가는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했고, 공간 마련과 인테리어, 이사를 위한 비용은 많은 이들의 손길로 채워졌다.
“모든 게 기적 같다”는 성민 님의 미소는, 그 기적이 우리 곁에 있음을 증명했다. 그 기적은 말없이 견디고, 인내하며 연결한 시간들로 만들어졌다. 소셜 임팩트뉴스와 협력해 경기 광주의 초등학생들이 우리 동네 이야기를 직접 취재하고 기록하는 ‘우리동네탐사대, 샛별단’도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광주시문화재단 지원으로 마중물을 얻었고, 더 큰 꿈을 준비 중이다. 나는 성민 님과의 관계와 연결 속에서 이 모든 시간을 돌아보며, 그것이 곧 나를 돌보는 시간이었음을 깨달았다. 돌봄은 나를 작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를 새롭고 더 깊은 세계로 이끄는 일이었다.
성민 님은 엄마들을 돌보며 회복했고, 나는 그녀의 액션을 통해 제2, 제3의 성민 님을 돌보고 싶다는 삶의 이유를 확인했다. 그녀의 돌봄이 나를 일깨웠고, 나의 자각과 회복이 지금의 베이크를 낳는 수고와 인내를 가능하게 했다. 나는 여전히 바란다. 한 사람의 회복이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이 되길. 그렇게, 우리 곁에 또 하나의 우물가가 생기길.
이 글은 '2025년 헤이그라운드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으로, 멤버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