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열두번째 동생을 보내고 - 엄마에게 보내는 존경 <2023 헤이그라운드 에세이 공모전>

2023-12-02

소담 | 사단법인 비투비

 열두번째 동생을 보내고 - 엄마에게 보내는 존경





소담 (사단법인 비투비)

”결국 사랑이 이겨“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당연하게 사랑받고, 또 당연하게 사랑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2023년은 15년동안 해온 일의 마침표를 찍는 해였습니다. 그리고 남은 한 달은 익숙함을 떠나보내고 남은 외로움과 헛헛함을 다른 존재로 채워나갈 시간이 될 듯 합니다. 특히 우리 엄마에게요.  


위탁가정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가정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가족에게 일정기간 위탁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우리 가족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2007년부터 해왔습니다. 짧게는 8개월, 길게는 2년이 넘게 아이들을 키우고, 우리 가족은 12명의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언니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양된 이후로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소식도 잘 알 수 없지만, 여전히 그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한국에 있는 또 다른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냥 아기들을 좋아하던 10살짜리 초등학생은, 어린 동생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즐거웠어요. 친구들에게 동생을 자랑했고, 그러다 몇몇 친구가 진짜 동생이냐고 물어보면 ‘친동생 아니고 위탁동생이다’ 라고 이야기했어요. 엄마는 그냥 사촌동생이라고 말하라고 했지만, 위탁아동이 숨겨야 할 사실은 아니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면 몰라도, 친구들에게는 있는 그대로를 말했습니다.  


그러다 중학생 쯤 되니, 친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사실 너네 집에 있는 아기가 친동생이 아니란 얘기 듣고, 그 애를 만날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내 눈에는 그냥 불쌍해보여.”  


제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사랑으로 가득해서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말해왔는데, 주변 사람들은 동정으로 바라볼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 이후부터는 정말 친한 친구들이 아니라면, 위탁가정임을 숨기고 살았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2학년 때, 정우라는 아이를 떠나보내면서 마음이 정말 힘들었어요. 더 많이 예뻐하고 사랑해주고 싶은데 그만큼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것도 원망스러웠고, 위탁아동인게 잘못도 아닌데 뭐하러 이 아이의 존재를 지웠을까 싶었거든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제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의 존재를 지우면 저라는 사람 역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준 사랑 이상으로, 저 역시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과 에너지를 받으며 자랐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아이들의 존재를 숨기지 않았어요. 새로 만난 대학교 친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첫 직장, 그 다음 직장에서도 이 아이들에 대해 당당히 이야기했습니다.  


위탁아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졌지만, 그럼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위탁가정임을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다들 “어머니 대단하시다”, “너무 귀한 일을 하고 있다”라는 칭찬의 말들을 해주시는데요. 물론 아이를 키우는 게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지만, 우리 가족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쑥스러웠어요. 그래서 “하핫, 아닙니다!” 라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습니다.  


근데 15년이 지나고 나니,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곤 하지만, 12명의 아이들을 키운 게 정말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그동안은 애써 외면해왔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우리 엄마와 가족을 향한 칭찬의 말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까 해요.  


11월 16일, 1년반동안 함께한 주현이를 보내주었어요. 우리 집에 온 마지막 위탁아동이기도 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매번 아이를 보내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위탁가정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를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 고 있지만, 마음이 쉽게 따라주지 않거든요. 입양갈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 것은 물론이고, 입양간 후에는 우리 아기 쌀밥 좋아하는데 외국가면 쌀은 있을지, 지금 이 시간에는 뭘 하고 있을지, 잠은 잘 자고 있는지 계속 궁금해 집니다. 아직도 집에 가면 현관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뛰어나오는 아기 발걸음 소리, 밤이 늦어 뛰지말라고 잔소리하는 어른들의 말소리, 뽀뽀할 때 부드럽고 말랑거리던 아기의 볼 촉감, 침대와 이불에 스며들어있던 아기 냄새가 그립습니다.  


저도 이런데, 24시간을 붙어있으면서 아이들을 돌본 우리 엄마는 오죽할까요.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는 날, 엄마가 더 이상은 이 일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온 마음과 정성을 다 해 키운 아이를 더 이상 키우지 못한다는 슬픔과, 한국에서 자라게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다시 만날 날을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엄마를 힘들게 했을 겁니다. 입양기관 선생님들은 “어머니같은 베테랑 없으면 아기들 또 누구한테 맡겨요”라고 하며 아쉬워하셨지만, ‘이거 못할 짓이다’라고 나지막이 이야기하신 엄마의 말은 그보다 더 진심일 수가 없어서, 우리 가족 모두가 이번이 마지막임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 듯 합니다.  


주현이는 일주일 정도 양부모님과 한국에 머물다가 미국으로 떠났는데요. 전해온 소식을 듣자하니 한번도 위탁가족을 찾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는 너무 잘 적응하는 주현이의 모습에 약간의 배신감을 느낀다고 하셨지만, 엄마가 주현이에게 큰 사랑과 믿음을 주었기 때문에 아이도 갑작스레 바뀐 상황을 무서워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수많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사랑을 줄 수 있었는지,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뒤늦은 존경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이별을 어떻게 견뎌냈을지, 이 15년을 마무리 짓는 마음이 어떨지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엄마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임을 알았으면 합니다.  


집안에 가득했던 아기용품들, 장난감도 천천히 정리하고, 빈 자리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로 조금씩 채워나가길 바라봅니다. 엄마는 오랜 시간을 아이만 돌보느라 뭘 좋아하는지 잊어버렸대요. 그런 엄마를 위해, 남은 2023년의 한 달은 모시고 갈만한 좋은 곳들을 찾아서 모시고 다니려 해요. 15년동안 익숙해진 일상을 비우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엔 한 달의 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너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우리 엄마가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길 바랍니다. 부모님을 데리고 갈만한 좋은 곳을 아신다면, 혹은 익숙함에서 새로움으로 일상을 바꿔본 헤그 멤버 분들이 있다며 꼭 이야기를 전해듣고 싶네요. 모두가 행복하게 23년도를 마무리하실 수 있길 바라요. 우리 가족도, 그리고 헤이그라운드 멤버분들도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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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3년 헤이그라운드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으로, 멤버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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