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매거진
2010년대 중반부터 소셜벤처와 관련된 기관, 단체들이 성수동에 모이면서 이 지역에는 민간 주도를 통한 소셜벤처 밸리가 형성되었다. 국내 소셜벤처의 명실상부한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성수동은 과거 준공업 지대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롭고 활기차게 변신 중이다.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헤이그라운드 전경. ‘커뮤니티 오피스’를 표방하는 이곳은 성수동에 소셜벤처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데 한몫했다. 루트임팩트 제공
“전세 사기 예방은?”
“기후 위기 문제는?”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성수동 한복판에 자리한 코워킹 오피스 헤이그라운드(Heyground) 1층 로비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적혀 있다.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소셜벤처의 체인지 메이커들(Changemakers)이 적어 놓은 것들이다. ‘체인지 메이커’는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의 관심사는 건강한 삶, 공평한 교육 기회, 기후 변화, 지속 가능한 도시, 양질의 일자리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저녁 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밤에도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는 헤이그라운드를 ‘성수동의 등대’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클러스터의 시작
현재 성수동에는 소셜벤처 창업과 육성, 성장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관과 단체들이 한데 모여 있다. 2002년 설립되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소셜벤처 창업 집단으로 알려진 크레비스(Crevisse)를 비롯해 2008년 창립된 국내 최초의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Sopoong Ventures)가 성수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기업 임팩트스퀘어(Impact Square), 소셜 임팩트 벤처 캐피털 옐로우독(Yellowdog) (현 인비저닝 파트너스) 등 굵직한 기업들도 이곳에 자리한다.
성수동에 소셜벤처 클러스터가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대 중반으로, 그 중심에는 ‘커뮤니티 오피스’를 표방하는 헤이그라운드가 있다. 이곳은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Root Impact)가 운영한다. 사회 곳곳의 체인지 메이커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루트임팩트의 허재형(Johan Jaehyong Heo) 대표는 2022년 ‘오바마 아시아 태평양 리더(Leaders Asia-Pacific)’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바마 재단은 “육성 프로그램에서 제도 개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헤이그라운드는 커뮤니티 오피스라는 공간의 목적을 고려해 인테리어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각 층을 계단형 라운지로 연결한 것도 입주자들의 원활한 커뮤니티를 위해서다. 사진은 헤이그라운드 1호점에 입주한 체인지 메이커들이 6층과 7층을 연결하는 라운지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루트임팩트 제공
루트임팩트는 2017년, 성수동에서 가장 번화한 연무장길 근처에 헤이그라운드 1호점을 마련했다. 2년 후에는 서울숲 인근에 2호점을 추가로 열었다. 여러 업체들이 들어와 내부 시설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유 오피스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존 공유 오피스와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헤이그라운드는 공간을 완성한 뒤 입주 업체를 모집하는 일반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았다. 구상 단계부터 입주 예정인 단체들을 모아 공간을 함께 설계했다. 국내 소셜벤처 업계를 이끌어 가는 20여 개의 기업들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한편 이곳에 들어오고 싶은 기업은 심층 인터뷰와 내부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루트임팩트가 코워킹 오피스를 마련한 이유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도전하는 소셜벤처들이 한곳에 모였을 때 각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 경험이 공유되고 시너지가 창출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루트임팩트는 이러한 공간을 만들 장소로 서울 시내 몇 개 지역을 검토했으며 적정한 토지 가격, 접근성,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성수동을 낙점했다.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성수동의 분위기가 활기차고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네트워크 형성
헤이그라운드가 성수동에 자리를 잡을 즈음 때맞춰 소셜벤처의 성장을 지원하고 투자하는 이들이 이 지역으로 모여들었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까지 가세하면서 성수동은 준공업단지라는 과거의 역사를 뒤로하고 소셜벤처 밸리로 새롭게 변모하게 되었다.
성수동 관할 성동구청은 2017년부터 매년 사회 혁신을 꿈꾸는 소셜벤처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엑스포를 개최한다. 지난해 서울숲 일대에서 열린 ‘서울숲 소셜벤처 엑스포’는 청소∙환경, 교육∙돌봄, 제조∙유통, 문화∙예술, 인쇄∙출판 분야의 160여 개 소셜벤처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 행사에서는 특히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주제로 한 기업의 사례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방문객들은 전시 체험존에서 휠체어 동력 보조 장치,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 내비게이션,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장애인 택시 등 소셜벤처 기업들의 아이디어가 만들어 낸 결과물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성동구청은 2018년 성수동에 소셜벤처 허브센터를 세우고, 이곳을 거점으로 각종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2020년 기존의 ‘성수 IT 종합센터’를 ‘서울창업허브 성수’로 개칭하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소셜벤처를 지원 중이다. 입주 기업에 사무 공간 제공 및 맞춤형 액셀러레이팅, 사업화 등 기본적인 지원과 함께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소셜벤처가 성수동으로 집결한 데는 네트워크 안에 속하고 싶은 심리도 영향을 끼쳤다. 네트워크에 속해 있을 때 정보 교류와 협력을 통해 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헤이그라운드를 위시해 KT&G가 운영하는 상상플래닛(KT&G SangSang Planet) 같은 플랫폼도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 형성에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체인지 메이커들은 이런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다채로운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며, 그 덕분에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예컨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 제대로 공부하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학습용 콘텐츠를 만드는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Enuma)는 헤이그라운드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소셜벤처와 교류해 정보를 얻고 우리만의 정체성도 만들 수 있었다. 소셜벤처로서 중심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헤이그라운드의 지지와 지원 덕분이다.”
돌봄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펼치는 예비사회적기업 째깍악어(Tictoccroc)도 “4명으로 시작해 구성원 70여 명으로 성장하기까지 우리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헤이그라운드가 물과 영양분을 줬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과제
한국에서 소셜 임팩트 생태계가 태동한 시기는 2000년대이고, 본격적인 성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이다. 그 성장을 견인한 주인공들은 헤이그라운드를 비롯해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를 형성하고 있는 단체와 기관들이다. 특히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는 민간 주도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자못 크다. 또한 문화와 예술, 스타트업이 결합해 지역이 변화한 사례는 많지만, 소셜벤처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민해 왔다는 점은 성수동만의 특별함이다. 2014년쯤 성수동엔 약 40개 정도의 비영리 단체와 사회적기업이 있었지만, 소셜 임팩트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2016년 153개였던 관련 기업과 단체가 2022년에는 525개로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제 초기 성장기인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들도 많다. 지난해 9월 성수동 일대에서 벌어진 <크리에이티브×성수>는 컬처 테크놀로지, 아트, 음악, 게임, 패션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린 축제이다. 이 행사의 키노트 스피치 세션에서는 지난 10년간 빠르게 변화해 온 성수동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미래에 대한 우려 또한 거론되었다. 성수동이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성지로 거듭나긴 했지만, 이곳 역시 큰 지가 상승폭을 기록하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임대료 상승과 상업화는 이곳에 둥지를 튼 소셜벤처들이 꿈꾸는 지속 가능성과 상충된다.
그런 맥락에서 소셜벤처의 생태계를 넘어 소셜벤처 커뮤니티를 이루는 2.0 단계를 고민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속 가능한 지역 커뮤니티 개발은 성수동의 소셜벤처들이 다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과제가 되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코리아나 매거진
2010년대 중반부터 소셜벤처와 관련된 기관, 단체들이 성수동에 모이면서 이 지역에는 민간 주도를 통한 소셜벤처 밸리가 형성되었다. 국내 소셜벤처의 명실상부한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성수동은 과거 준공업 지대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롭고 활기차게 변신 중이다.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헤이그라운드 전경. ‘커뮤니티 오피스’를 표방하는 이곳은 성수동에 소셜벤처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데 한몫했다. 루트임팩트 제공
“전세 사기 예방은?”
“기후 위기 문제는?”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성수동 한복판에 자리한 코워킹 오피스 헤이그라운드(Heyground) 1층 로비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적혀 있다.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소셜벤처의 체인지 메이커들(Changemakers)이 적어 놓은 것들이다. ‘체인지 메이커’는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의 관심사는 건강한 삶, 공평한 교육 기회, 기후 변화, 지속 가능한 도시, 양질의 일자리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저녁 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밤에도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는 헤이그라운드를 ‘성수동의 등대’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클러스터의 시작
현재 성수동에는 소셜벤처 창업과 육성, 성장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관과 단체들이 한데 모여 있다. 2002년 설립되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소셜벤처 창업 집단으로 알려진 크레비스(Crevisse)를 비롯해 2008년 창립된 국내 최초의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Sopoong Ventures)가 성수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기업 임팩트스퀘어(Impact Square), 소셜 임팩트 벤처 캐피털 옐로우독(Yellowdog) (현 인비저닝 파트너스) 등 굵직한 기업들도 이곳에 자리한다.
성수동에 소셜벤처 클러스터가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대 중반으로, 그 중심에는 ‘커뮤니티 오피스’를 표방하는 헤이그라운드가 있다. 이곳은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Root Impact)가 운영한다. 사회 곳곳의 체인지 메이커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루트임팩트의 허재형(Johan Jaehyong Heo) 대표는 2022년 ‘오바마 아시아 태평양 리더(Leaders Asia-Pacific)’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바마 재단은 “육성 프로그램에서 제도 개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헤이그라운드는 커뮤니티 오피스라는 공간의 목적을 고려해 인테리어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각 층을 계단형 라운지로 연결한 것도 입주자들의 원활한 커뮤니티를 위해서다. 사진은 헤이그라운드 1호점에 입주한 체인지 메이커들이 6층과 7층을 연결하는 라운지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루트임팩트 제공
루트임팩트는 2017년, 성수동에서 가장 번화한 연무장길 근처에 헤이그라운드 1호점을 마련했다. 2년 후에는 서울숲 인근에 2호점을 추가로 열었다. 여러 업체들이 들어와 내부 시설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유 오피스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존 공유 오피스와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헤이그라운드는 공간을 완성한 뒤 입주 업체를 모집하는 일반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았다. 구상 단계부터 입주 예정인 단체들을 모아 공간을 함께 설계했다. 국내 소셜벤처 업계를 이끌어 가는 20여 개의 기업들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한편 이곳에 들어오고 싶은 기업은 심층 인터뷰와 내부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루트임팩트가 코워킹 오피스를 마련한 이유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도전하는 소셜벤처들이 한곳에 모였을 때 각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 경험이 공유되고 시너지가 창출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루트임팩트는 이러한 공간을 만들 장소로 서울 시내 몇 개 지역을 검토했으며 적정한 토지 가격, 접근성,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성수동을 낙점했다.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성수동의 분위기가 활기차고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네트워크 형성
헤이그라운드가 성수동에 자리를 잡을 즈음 때맞춰 소셜벤처의 성장을 지원하고 투자하는 이들이 이 지역으로 모여들었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까지 가세하면서 성수동은 준공업단지라는 과거의 역사를 뒤로하고 소셜벤처 밸리로 새롭게 변모하게 되었다.
성수동 관할 성동구청은 2017년부터 매년 사회 혁신을 꿈꾸는 소셜벤처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엑스포를 개최한다. 지난해 서울숲 일대에서 열린 ‘서울숲 소셜벤처 엑스포’는 청소∙환경, 교육∙돌봄, 제조∙유통, 문화∙예술, 인쇄∙출판 분야의 160여 개 소셜벤처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 행사에서는 특히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주제로 한 기업의 사례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방문객들은 전시 체험존에서 휠체어 동력 보조 장치,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 내비게이션,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장애인 택시 등 소셜벤처 기업들의 아이디어가 만들어 낸 결과물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성동구청은 2018년 성수동에 소셜벤처 허브센터를 세우고, 이곳을 거점으로 각종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2020년 기존의 ‘성수 IT 종합센터’를 ‘서울창업허브 성수’로 개칭하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소셜벤처를 지원 중이다. 입주 기업에 사무 공간 제공 및 맞춤형 액셀러레이팅, 사업화 등 기본적인 지원과 함께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소셜벤처가 성수동으로 집결한 데는 네트워크 안에 속하고 싶은 심리도 영향을 끼쳤다. 네트워크에 속해 있을 때 정보 교류와 협력을 통해 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헤이그라운드를 위시해 KT&G가 운영하는 상상플래닛(KT&G SangSang Planet) 같은 플랫폼도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 형성에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체인지 메이커들은 이런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다채로운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며, 그 덕분에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예컨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 제대로 공부하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학습용 콘텐츠를 만드는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Enuma)는 헤이그라운드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소셜벤처와 교류해 정보를 얻고 우리만의 정체성도 만들 수 있었다. 소셜벤처로서 중심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헤이그라운드의 지지와 지원 덕분이다.”
돌봄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펼치는 예비사회적기업 째깍악어(Tictoccroc)도 “4명으로 시작해 구성원 70여 명으로 성장하기까지 우리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헤이그라운드가 물과 영양분을 줬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과제
한국에서 소셜 임팩트 생태계가 태동한 시기는 2000년대이고, 본격적인 성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이다. 그 성장을 견인한 주인공들은 헤이그라운드를 비롯해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를 형성하고 있는 단체와 기관들이다. 특히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는 민간 주도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자못 크다. 또한 문화와 예술, 스타트업이 결합해 지역이 변화한 사례는 많지만, 소셜벤처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민해 왔다는 점은 성수동만의 특별함이다. 2014년쯤 성수동엔 약 40개 정도의 비영리 단체와 사회적기업이 있었지만, 소셜 임팩트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2016년 153개였던 관련 기업과 단체가 2022년에는 525개로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제 초기 성장기인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들도 많다. 지난해 9월 성수동 일대에서 벌어진 <크리에이티브×성수>는 컬처 테크놀로지, 아트, 음악, 게임, 패션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린 축제이다. 이 행사의 키노트 스피치 세션에서는 지난 10년간 빠르게 변화해 온 성수동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미래에 대한 우려 또한 거론되었다. 성수동이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성지로 거듭나긴 했지만, 이곳 역시 큰 지가 상승폭을 기록하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임대료 상승과 상업화는 이곳에 둥지를 튼 소셜벤처들이 꿈꾸는 지속 가능성과 상충된다.
그런 맥락에서 소셜벤처의 생태계를 넘어 소셜벤처 커뮤니티를 이루는 2.0 단계를 고민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속 가능한 지역 커뮤니티 개발은 성수동의 소셜벤처들이 다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