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헤이그라운드가 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든 5가지 사례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은 2022년 서울 유니버설 디자인 어워드에서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상을 수상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 유무에도 상관 없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1을 말합니다.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이 서울 유니버설 디자인 어워드에 선정된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 홈페이지 설명 



건축물이 완공된 이후 개선할 수 있는 영역에 한하여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보완(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사용자 워크숍을 통해 개선점을 논의하고 도출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출입문과 통로, 무대 이동 슬로프 등 단차 극복이 우수하며, 팬트리 서비스 공간은 휠체어 사용자도 접근이 편리하도록 넓고 낮은 싱크대, 이동 가능한 분리수거대를 배치하였다. 그 밖에도 기둥형 콘센트, 개방형 강의 공간 내 유아 동반석 등 신선한 유니버설 디자인 아이디어를 적용하였으며 내부 마감과 소재, 시공 부분도 우수한 사례로 평가한다. (인용문)

출처: 서울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선정 사유에 언급된 것처럼 헤이그라운드는 2017년에 지어진 상태 그대로의 모습으로 수상한 것이 아니라, 해마다 리뉴얼을 거듭해 출품했습니다. 사실 유니버설한 환경만을 위한 목적으로 리뉴얼을 했다고 말하긴 힘들어요. 공간은 누군가가 사용하죠. 그래서 낡습니다. 따라서 낡은 공간을 보완하기 위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사업이나 고객 요구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헤이그라운드팀은 단순히 유지보수를 위한 공사로 끝내지 않았어요. 공간을 개선할 때마다, 그 과정에서 유니버설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들을 개선해 유니버설한 공간으로 만들었는지, 그 사례들을 보여드릴게요.



누구나 무대 위로 편하게 오를 수 있도록


최근 열린 '202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유튜버 박위님은 수상 후보로 ‘수상을 예상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봤는데 경사로가 없더라. 아마 저는 아니지 않을까”라고요.2 이 대답은 무대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죠. 헤이그라운드 팀 역시 행사 전용 대관 공간 ‘브릭스’를 만들 당시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출처: MBC '2024 MBC 방송연예대상' (2025.1.28 방영)



휠체어를 이용하는 연사가 무대 위에서 청중을 향해 강연하는 모습. 연사는 청중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고, 여러 명의 참가자가 테이블에 앉아 경청하고 있다. 강연이 진행되는 공간은 헤이그라운드 브릭스의 행사 대관 공간 브릭스HALL으로, 나무 패널 천장과 조명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브릭스 성수 HALL에서 열린 행사 중 휠체어를 이용하는 연사의 모습 /계단뿌셔클럽

무대에 설치된 경사로를 따라 휠체어 이용자가 이동하는 모습. 벽면에는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으며, 브릭스 공간 내 무대 접근성을 고려한 구조가 보인다.

슬로프를 이용하는 휠체어 이용자의 모습. 벽면 손잡이도 함께 설치했습니다.


무대에는 연사나 사회자가 섭니다. 연사나 사회자 역시 다양한 모습일 수 있죠. 그들이 무대에 편히 오를 수 있도록 무대 뒤쪽에 슬로프를 설치했어요. 슬로프 옆 벽면에는 손잡이도 설치했고요. 걷기 어렵거나, 앞이 안 보이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도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습니다. 슬로프는 최대한 길게 디자인하여 혼자서도 오를 수 있는 경사도를 확보했어요.





브릭스 성수 룸 내 싱크대 공간. 분리수거함과 개수대가 정리되어 있으며, 개수대는 높낮이가 다른 두 종류가 설치되어 있다. 깨끗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브릭스 성수 ROOM에 설치한 높이가 낮은 싱크대


유니버설 디자인을 반영한 싱크대

브릭스는 싱크대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반영했어요. 깊이가 얕은 싱크볼을 고르고 수전 위치도 사용자와 더 가까운 곳에 설치하였죠. 물론 하부에 휠체어 이용자의 무릎 간섭이 없도록 공간을 비웠고요.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의 OA공간. 정수기, 프린터, 옷걸이 공간이 배치되어 있으며, 높이가 낮게 설치되어 있다. 블랙앤 화이트 톤의 깔끔한 업무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높이가 낮은 정수기 책상과 하단부에도 걸이가 있는 2단 옷걸이


작업대와 정수기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OA실의 작업대와 정수기 선반은 휠체어를 타고도 접근 가능하도록 높이를 변경하고 하부 공간을 확보했어요. 옷걸이도 2단으로 디자인하여 하단 옷걸이에 휠체어 접근이 용이하도록 만들었고요. 

그런데 개선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한계를 발견했습니다. 사진 속 정수기는 조작부가 상단에 있어서 테이블이 낮아도 휠체어 이용자 눈높이에서는 버튼을 확인할 수가 없었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조작부가 전면에 있는 정수기를 추가로 설치했어요.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정수기는 대부분 터치식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있어, 시각 장애인 멤버까지 포용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성수 시작점 6층 휴게실 안쪽. 벽면에는 'LADIES ONLY'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으며, 내부에는 여성 멤버의 휴식 및 유축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독립된 공간에 잠금도 가능한 휴게실 안쪽 모습


다양한 필요를 반영한 휴게실의 변화

오피스는 업무 공간의 쾌적함 뿐만 아니라, 휴식 공간도 중요합니다. 짧은 휴식이 업무의 질을 올려주기도 하죠. 헤이그라운드에도 다양한 휴게 공간이 존재하는데요. 그 중 독립된 휴게 공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여성 휴게 공간도 그 중 하나죠. 여성 멤버가 유축을 하거나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해요. 이러한 필요를 반영해 출입문이 잠기고 커튼을 칠 수 있는 독립 공간을 확실하게 마련하는 방향으로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기존의 휴게 공간 중 일부는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개방형 휴게실로 변경했어요. 특히 리클라이너 소파를 새롭게 설치했는데요. 휠체어 이용자 중 자력 이동이 가능한 멤버들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팔걸이가 최대한 낮은 제품을 구매해 신체 이동에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고려했습니다. 




성수 시작점 6층 라운지에서 보호자와 함께 놀이하는 아이의 모습. 아이는 난간을 잡고 서 있으며, 보호자는 아이 옆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성수 시작점 6층 라운지에서 보호자와 함께 놀이하는 아이의 모습. 안전을 위해 난간을 설치했습니다.


아이들도 오피스에, 키즈프렌들리 환경 만들기

헤이그라운드는 키즈 프렌들리 공간입니다. 멤버의 자녀는 보호자와 함께라면 언제든 헤이그라운드에서 지낼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지낼 공간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육아하는 멤버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보니 장난감이나 동화책보다 ‘마루’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거나 엎드려 노는 걸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6층 라운지의 마루 계단 일부를 연장하여 아이가 편하게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가끔 아이는 이곳에 누워 책이나 만화를 보고 보호자는 앞쪽 테이블에서 업무 미팅을 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이 밖에도 매해 확보된 예산으로 여닫이문을 자동문으로 순차적으로 바꾸거나, 장애인 화장실을 추가하는 등의 개선을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파손된 가구를 바꿔야 할 때도, 정수기 계약이 끝나 다른 제품으로 설치해야 할 때도, 다양한 사람의 접근성을 고려합니다. 우리가 설치한 가구, 가전, 장비가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헤이그라운드가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헤이그라운드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장애인 주차장이 1층에 있지만 지붕이 없는 야외라 휠체어 이용 멤버는 휠체어를 꺼내 타는 동안 비를 맞아야 합니다. 턱없이 매끈한 에폭시 바닥은 누구나 이동하기 편하지만, 바퀴가 굵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 마찰음이 크게 나서 왠지 눈치를 보게 만들죠. 선형 점자 블록 설치가 미흡해 뻥 뚫린 넓은 공간에서 시각 장애인 멤버는 방향 감각을 잃기 쉽습니다. 앞으로 개선이 가능한 부분도 있고, 비용이나 법적인 문제로 개선 가능성이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느 컨퍼런스에서 재난 대피 연구를 하는 박사님께서 “매뉴얼보다는 상상력”이라는 말을 하셨어요. 저는 이 문장을 무척 좋아합니다. 모든 건물이 지켜야 하는 장애 관련 법규가 있습니다. 헤이그라운드에서 다양한 멤버를 만나며 매일 하는 생각은, 법규만으로는 구체적인 사람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사람의 모습은 주차장이나 지하철 출입구에 표시된 장애인 마크처럼 납작하지 않습니다.


화이트보드 앞에서 회의 중인 세 명의 사람. 한 명은 휠체어를 이용하며 보드에 글씨를 쓰고, 나머지 두 명은 서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브릭스 성수 ROOM 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낮게 설치된 화이트보드를 활용해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지체 장애인 중에서도 휠체어 없이 이동이 완전히 불가능한 사람이 있고, 일부 거동이 가능하나 안전하게 움직이기 위해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체 움직임이 자유로운 사람도 있고 상체가 마비된 사람도 있습니다. 덩치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죠. 이에 따라 휠체어의 종류도 크기도 다릅니다. 시각 장애인은 안내견을 동반하거나 지팡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익숙한 공간은 혼자 이동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도 있어요. 농난청인 중에는 구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고, 수어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으며, 문자 통역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전부 고려하냐고 되물으실지 모르겠어요. 사람의 특성을 무 자르듯 나누는 것부터가 어려운데 이 조각이 몇 개까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니, 헤이그라운드 팀 역시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을 전부 고려하지는 못합니다. 돈이 없을 때는 무언가를 포기하기도 하고, 적절한 기성 제품이 없을 때는 최선을 타협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전보다 나아집니다. 목소리가 전달되면 모든 게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아주 작아도 모든 시도는 의미 있을 거예요.



유니버설한 공간에서 '유니버설한 행사'를 해보고 싶다면? 브릭스가 만든 접근성 가이드 PDF 다운로드 받기





노유리

워크스페이스 파트장

헤이그라운드 공간을 가꾸며
멤버의 일상과 성장을 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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