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 | 펀데이코리아네트웍스
인생은 좌우명대로
소연 (펀데이코리아네트웍스)
퇴사와 수술, 이사와 직무변환, 그리고 4개국 여행까지 모든 것을 단 일년만에 끝낸 사람.
'영화같은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가 정말 스펙타클한 인생을 살고 있는 소연입니다.
독서조차 편식하는 제게 2023년 에세이를 쓰라 한다면 머리는 하얘지고 눈 앞은 캄캄해집니다. 에세이는 손에 잘 대지 않았는데, 다가오는 2024년에는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글재주도 말재주도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사건들의 평범한 나열 뿐이지만 일단 2023년 1월로 돌아가보겠습니다.
2023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저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직장에서 겪는 감정적인 문제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습니다. 불확실한 미래, 더 이상 수입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두려웠지만, 감정적인 고통을 견디며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마음 한 켠에 사직서를 품고 살아간다는데, 제 사직서는 결국 대표님께 전달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힘든 결정을 내리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은 도전과 어려움을 함께 가져왔습니다. 퇴사와 함께 편안할 줄 알았던 2월, 저는 수술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희귀난치병 판정을 받으며, 교수님께 수술을 명 받았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언제 다시 이렇게 시간이 날지 모른다'는 생각.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퇴사와 거의 동시에 결정한 수술. 다행히 교수님의 도움으로 수술 일정이 빠르게 잡혔고, 병원에서 약 한 달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보낸 나흘은 감히 말하자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사망선고가 내려지던 옆 베드 환자, 석션 소리, 환자들의 발버둥,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제 자신. 몸과 정신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온다고 즐거웠던 시간, 배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바쁜 시간 쪼개가며 찾아와준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반려사람. 주변 사람들이 저를 얼마나 아끼는지 체감했습니다. 또한, 삶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기에 제가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는지 표현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오히려 과한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저는 지금의 제가 조금 더 만족스럽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는 특별한 일 없이, 몸과 마음의 휴식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점점 일상으로 돌아가는 세상, 그러나 저는 아직도 병원에서의 힘든 시간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6월이 되었습니다. 비로소 저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처음으로 제 이름의 집을 계약했습니다. 물론, 전세지만요. 전기세, 수도세 등 집 나가면 숨 쉬는 것도 돈이라더니 그 말을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힘든 부분이 있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참 힘이 듭니다.
7월에는 제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마케터로서 일해왔지만, 사실 제게 잘 맞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었고, 그래서 제 장점과 관심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8월, 새로운 직무에서 구직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 하고, 영어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전공인 한국어 교육을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것이 없으니 어떤 것을 해야할 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여러 분야의 공고를 살펴보던 중 외국인을 대상으로 홍보마케팅과 여행 컨텐츠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이야기가 잘 되어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백일 정도 근무했는데, 이 곳에서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며 제 안에 잠재되어 있던 흥미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바빴고 앞으로도 바쁠 예정이지만 그 안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도전과 성장들이 정말 즐겁습니다.
또한, 8월과 9월에는 저를 되찾기 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입사 전, 베트남, 태국, 몽골을 여행하며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던 시간들은 큰 환기가 되었으며, 9월에 본 뮤지컬들과 오케스트라 공연, 전시들은 제 오감의 영역을 예술의 세계로 확장 시켰습니다.
10월에는 회사에서 외교부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더욱 바빠졌습니다. 기존 디자이너의 퇴사로 인해 디자인 업무가 추가되었지만,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실제로 저는 디자인이 꽤나 재밌다고 느끼는 중이고, 스스로 디자인 감각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고 느끼는 중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1월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달의 시작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드디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사내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던 적은 있었지만, 타 업체와 협업하는 프로젝트는 처음이었습니다. (회사 사람들 모르게 혼자) 다소 떨리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할 것이고, 잘해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홍콩에서 보내기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돈이 부족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크리스마스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쓰리잡이라도 뛰어보려 합니다. 그런 결정이 제 삶에 새로운 색깔을 더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지금 인생의 과도기에 있습니다. 지난 오년간 저는 아주 사적인 이유로 잠시 저를 잃어버렸었고 올해는 잃어버렸던 저를 다시 주워담고, 새로 채우는 중입니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서 오늘의 저를 만들기에 저는 그 모든 순간들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내년에는 사직서 대신 ‘더욱 단단해진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가슴에 품고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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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3년 헤이그라운드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으로, 멤버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입니다.
소연 | 펀데이코리아네트웍스
인생은 좌우명대로
소연 (펀데이코리아네트웍스)
퇴사와 수술, 이사와 직무변환, 그리고 4개국 여행까지 모든 것을 단 일년만에 끝낸 사람.
'영화같은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가 정말 스펙타클한 인생을 살고 있는 소연입니다.
독서조차 편식하는 제게 2023년 에세이를 쓰라 한다면 머리는 하얘지고 눈 앞은 캄캄해집니다. 에세이는 손에 잘 대지 않았는데, 다가오는 2024년에는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글재주도 말재주도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사건들의 평범한 나열 뿐이지만 일단 2023년 1월로 돌아가보겠습니다.
2023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저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직장에서 겪는 감정적인 문제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습니다. 불확실한 미래, 더 이상 수입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두려웠지만, 감정적인 고통을 견디며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마음 한 켠에 사직서를 품고 살아간다는데, 제 사직서는 결국 대표님께 전달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힘든 결정을 내리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은 도전과 어려움을 함께 가져왔습니다. 퇴사와 함께 편안할 줄 알았던 2월, 저는 수술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희귀난치병 판정을 받으며, 교수님께 수술을 명 받았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언제 다시 이렇게 시간이 날지 모른다'는 생각.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퇴사와 거의 동시에 결정한 수술. 다행히 교수님의 도움으로 수술 일정이 빠르게 잡혔고, 병원에서 약 한 달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보낸 나흘은 감히 말하자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사망선고가 내려지던 옆 베드 환자, 석션 소리, 환자들의 발버둥,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제 자신. 몸과 정신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온다고 즐거웠던 시간, 배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바쁜 시간 쪼개가며 찾아와준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반려사람. 주변 사람들이 저를 얼마나 아끼는지 체감했습니다. 또한, 삶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기에 제가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는지 표현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오히려 과한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저는 지금의 제가 조금 더 만족스럽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는 특별한 일 없이, 몸과 마음의 휴식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점점 일상으로 돌아가는 세상, 그러나 저는 아직도 병원에서의 힘든 시간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6월이 되었습니다. 비로소 저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처음으로 제 이름의 집을 계약했습니다. 물론, 전세지만요. 전기세, 수도세 등 집 나가면 숨 쉬는 것도 돈이라더니 그 말을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힘든 부분이 있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참 힘이 듭니다.
7월에는 제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마케터로서 일해왔지만, 사실 제게 잘 맞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었고, 그래서 제 장점과 관심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8월, 새로운 직무에서 구직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힘들어 하고, 영어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전공인 한국어 교육을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것이 없으니 어떤 것을 해야할 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여러 분야의 공고를 살펴보던 중 외국인을 대상으로 홍보마케팅과 여행 컨텐츠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이야기가 잘 되어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백일 정도 근무했는데, 이 곳에서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며 제 안에 잠재되어 있던 흥미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바빴고 앞으로도 바쁠 예정이지만 그 안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도전과 성장들이 정말 즐겁습니다.
또한, 8월과 9월에는 저를 되찾기 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입사 전, 베트남, 태국, 몽골을 여행하며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던 시간들은 큰 환기가 되었으며, 9월에 본 뮤지컬들과 오케스트라 공연, 전시들은 제 오감의 영역을 예술의 세계로 확장 시켰습니다.
10월에는 회사에서 외교부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더욱 바빠졌습니다. 기존 디자이너의 퇴사로 인해 디자인 업무가 추가되었지만,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실제로 저는 디자인이 꽤나 재밌다고 느끼는 중이고, 스스로 디자인 감각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고 느끼는 중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1월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달의 시작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드디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사내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던 적은 있었지만, 타 업체와 협업하는 프로젝트는 처음이었습니다. (회사 사람들 모르게 혼자) 다소 떨리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할 것이고, 잘해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홍콩에서 보내기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돈이 부족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크리스마스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쓰리잡이라도 뛰어보려 합니다. 그런 결정이 제 삶에 새로운 색깔을 더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지금 인생의 과도기에 있습니다. 지난 오년간 저는 아주 사적인 이유로 잠시 저를 잃어버렸었고 올해는 잃어버렸던 저를 다시 주워담고, 새로 채우는 중입니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서 오늘의 저를 만들기에 저는 그 모든 순간들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내년에는 사직서 대신 ‘더욱 단단해진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가슴에 품고 글을 마칩니다.
글을 읽고 들었던 생각, 작가님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싶다면? 이 곳을 클릭해 의견을 남겨주세요.
이 글은 '2023년 헤이그라운드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으로, 멤버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