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두를 위한 언어재활 치료 플랫폼

2021-07-28



김혜정 | 언어발전소 시니어 매니저 

국제인권과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다 스위스에서 국제법을 공부하고 언어발전소에 합류했다. 사회 문제는 복합적이기 때문에 분야별 전문성으로 나누기 보다, cross cutting issues로 다루는 넓은 시야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나가고 있다. 임팩트 측정에 관심이 많고, 얼려 먹는 샤인머스캣 야쿠르트를 좋아한다.(agatha@helpspeaking.kr)


"재활 대상자, 보호자, 언어재활사 모두에게 좋은 솔루션을 만들고 싶어요."




언어발전소는 어떤 팀인지 간략히 소개 부탁 드려요.

언어 발전소는 뇌손상으로 후천적 의사소통 장애를 겪는 재활 대상자와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를 연결하는 1:1 원격 언어 재활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셜벤처입니다. 후천적 의사소통 장애라고 하면 안 와닿을 수 있는데, 뇌졸중이나 뇌출혈 등의 뇌손상 질환을 겪고 난 후유증으로 의사소통의 장애를 겪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동안 언어 재활 치료는 보통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성인 대상의 언어치료는 주로 규모가 있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위주로 이루어져 왔고,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요. 그러다보니 가격이 비싸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어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언어재활사로 일하던 윤사라 이사가 이런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감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언니와 공동창업한 회사가 언어발전소예요. 


현장에서 시작된 창업스토리가 재미있네요. 언어재활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분들은 얼마나 많은가요?

매년 새로 뇌졸중이 발병하는 분들이 11만 명 정도 되는데요. 이중 60% 정도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는 언어장애 증상인 실어증을 동반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인 언어재활 치료의 경우 종합병원 위주로 진행이 되다 보니, 입원해 있는 동안만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장애 증상의 정도에 따라 재활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은데, 입원치료가 끝나면 언어재활 치료도 중단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거죠. 시간이 많이 흘러서 다시 치료를 받으러 오시기도 하는데, 언어재활 치료는 골든타임이 있어요. 골든타임이 지나면 더 어렵고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언어발전소의 언어재활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치료 프로세스는 <상담-검사-언어치료-반복학습-평가>의 단계를 거쳐서 이뤄져요. 언어재활 치료 대상자가 언어발전소에 문의를 주시면, 정확한 상태 파악을 위한 상담과 검사를 진행합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적합한 언어재활사를 매칭해 치료를 시작해요.
수업은 줌(Zoom)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녹화된 영상을 통해 반복 학습이 가능합니다. 검사 결과 및 대상자의 필요도에 따라 수업 빈도와 기간 등이 정해지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평가를 통해 수업을 지속하거나 종결하게 됩니다.


언어발전소의 언어재활 치료가 갖는 장점은 어떤게 있나요?

언어발전소는 기존 성인 대상 언어재활 치료 시장의 문제점을 보완한 치료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기존 치료는 종합병원이 중심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고 접근성도 낮았죠.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치료를 받고 싶어도 방법이 마땅치 않았어요. 언어발전소의 경우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므로 치료 비용이 기존 대비 50% 가량 낮아요. 그리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치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실제로 지금 저희 고객 중 10%는 해외 교민이에요. 해외에 거주하다가 급작스럽게 언어 장애를 앓게 되는 경우엔 해당 국가의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언어발전소가 하나의 대안이 되어 가고 있어요. 


언어발전소의 수업 모델이 언어재활 치료사 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요.

언어재활사 분들 중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데요(언어재활사 만 오천명 중 90%이상이 여성). 다른 많은 여성분들이 그렇듯, 경력 단절 문제가 빈번해요. 특히, 병원에서 근무하는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는 5%미만에 불과해요. 언어치료가 오프라인 시설 중심으로 근무가 이뤄지다 보니 출산, 육아 등의 경험을 하며 자연스럽게 경력 단절이 생기죠. 성인 언어치료 경력을 쌓고 싶어도 병원 외 성인 전문 치료기관이 없기 때문에 아동 언어치료로 커리어를 전환할 수 밖에 없어요. 언어발전소의 온라인 기반 치료를 통해 경력 단절을 경험한 언어재활사 분들이 계속 전문 경험을 쌓고 경력을 이어갈 수 있어요. 언어발전소라는 회사를 통해 창출되는 중요한 임팩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최근 소풍(sopoong)에서 임팩트 투자를 받으셨습니다. 우선 축하 드리고요. (웃음) 이를 바탕으로 언어발전소는 무엇에 집중할 계획이신가요?

우선, 지금 쌓고 있는 데이터를 통해 언어발전소의 재활 치료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이를 통해 재활 대상자, 보호자, 언어재활사 모두에게 좋은 모델이 무엇인지 검증하고, 최적의 재활 플랜/모델을 도출해서, 더 많은 재활 대상자 분들이 저희 서비스를 통해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많이 경험하셨으면 합니다.



원래는 국제법을 공부하셨다고 들었어요. 언어발전소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커리어 시작은 국제인권과 국제개발협력 분야였어요. 그러다 그 일을 좀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스위스에서 국제법을 공부했는데, 거기서 언어발전소 대표님과 알게 됐어요.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파트타임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정규 구성원이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커리어의 전환인데, 언어발전소에 정식으로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은 왜 하시게 됐나요?

국제인권이나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일도 좋았는데, 가끔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고, 눈으로 결과를 보기가 참 어렵거든요. 그런데 소셜벤처에서의 일은 땅에 붙어 있다고 느껴요. 사회문제와 해결책을 나름의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고, 정부와 민간이 잘 못하는 일을 해내잖아요. 주변에서는 커리어를 한 분야에서 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은데, 저는 이 다양한 경험들이 결국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요. 


헤이그라운드에서 소모임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모임인가요?

제가 4월에 헤이밋업을 진행했었는데, 그걸 계기로 탄생한 <공부를 위한 공부>라는 스터디 모임이에요. 임팩트 평가와 측정 / 환경과 기후위기 / 인권과 다양성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나 자료를 함께 읽고 공부해요. 특히 이번 달엔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려고 하는데, 루트임팩트의 다양성위원회 멤버 3분을 초대했어요. (웃음) 저까지 9명의 헤그 멤버들이 함께하는데, 멤버분들의 인권감수성이 누구보다 높고, 너무 똑똑한 분들이라 운영이 가능한 것 같아요.


지칠 때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요?

제 경우는, 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요. 스스로 부여한 일의 의미에 제가 설득이 잘 된다면 계속해 나갑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울면서 철수하기도 하고요. (웃음) 저를 몰아세우면서 일한 적도 있는데, 요즘은 저를 아끼고 돌보면서 천천히 자유롭게 걸어가려고 해요.


헤그 멤버들에게 영업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우선 ‘얼려먹는 야쿠르트 샤인머스캣’이요. (웃음)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분들께 살 수 있는데 한정 수량이라 늦게 가면 못 사요. 사서 얼려 드시면 정말 맛있습니다. 그걸 먹으면서 드라마 ‘괴물’을 보시길 추천 드려요. 더운 여름에 꿀조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라이프쉐어와 함께하는 7월의 공통질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마음을 쫓아왔지만, 잃어버린 것도 많아요. 당신은 어때요? "지난 1년,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나요?"

잃어버린 것은 아마 용기요? 라이너 쿤체의 ‘뒤처진 새'라는 시가 있어요.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저에게도 2020년은 인생에서 가장 좁은 공간에 서있던 시간이었어요. 삶의 범위를 확장할줄만 알았지, 좁히는 선택은 해본적이 없거든요. 외국도 못가고, 코로나 때문에 여행도 못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자신이 시에 나오는, 앞에 가는 새들의 뒷모습만 보는 뒤처진 새처럼 느껴졌어요.
근데 그렇게 경계에 서 있으니, 다른 풍경이 보였어요. 사회가 정해준 프레임에 휩쓸리지 않을 수도 있구요. 그냥 지금 내가 살아있고 잘먹고 잘자는 일이 감사하다고 매일 저녁 생각해요.


Interview 헤이리슨 | Photo 김혜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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