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늘 같을 순 없겠지만

2019-07-18

신우종 | 헬스클럽 & 영춘 커피바 매니저


헤이그라운드의 커뮤니티 매니저보다 이 사람을 더 자주 만나는 헤이그라운드 멤버들이 많지 않을까. 헤이그라운드 1층에서 멤버들의 먹고 마시는 일을 총괄하는 신우종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하고 계신 일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헤이그라운드 1층에 있는 헬스클럽(식당)과 영춘 커피바(이하 영춘)의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어요. 헬스클럽 쪽 일을 맡아서 시작했는데 기회가 닿아 영춘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헬스클럽에서 일하기 전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외식업은 여러 분야를 다양하게 경험했어요. 고등학교 조리과에서 양식 요리 쪽을 공부하다가 저만의 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만 해도 국내에 와인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전공이 없었어요. 마침 그나마 비슷한 분야를 공부를 할 수 있는 전공이 생겨 들어갔는데, 1기이다 보니 아무래도 커리큘럼이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결국 군대를 다녀와서 학교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바로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외식업과 관련된 여러 곳에서 일을 해 왔어요.


영춘도 함께 맡고 계신데, 카페 경험도 있으세요?

바로 전 직장이 조금 특이한 형태의 카페였어요. 메인으로는 특정 수입 브랜드의 옷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고 그 옆에 카페가 함께 있는 곳이었어요. 그 전에도 커피를 아예 안 해 본 것은 아닌데, 여기서 본격적으로 해 봤어요. 그 경험이 지금 영춘을 운영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고요.


카페의 메뉴를 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주변 환경에 따라 좀 달라져요. 지금 영춘의 경우는 사무 공간 1층에 있고, 진동벨을 활용하는 셀프 픽업 서비스잖아요. 속도와 효율성이 조금 더 중요하고, 그에 어울리는 메뉴들을 고민해요. 전에 일하던 곳들은 대부분 가로수길에 있었는데, 직접 가서 주문을 받고 음료를 가져다주고 간단한 코멘트도 덧붙이는 곳이었어요. 아무래도 가니쉬나 데코레이션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메뉴들이 좀 더 많죠.

가로수길에 주로 계셨군요. 몰랐어요. 가로수길과 비교해서 제일 다르다고 느끼시는 것은 뭔가요?

단골의 기준이 많이 달라요. 가로수길에 있으면 일주일에 한 번만 와도 꽤 충성도 높은 단골이에요. 제가 얼굴을 기억할 정도면 아주 캐릭터가 세거나, 아니면 자주 오는 건데, 1주일에 한 번이면 꽤 자주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긴 코워킹 커뮤니티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너무 고마운 분들인데, 가끔 대화 소재가 떨어질 때가 있어요. (웃음)


그렇겠네요. 그런 경향에 맞게 운영에 대한 고민도 하시겠어요.

다양한 메뉴를 파일럿처럼 시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다만 헬스클럽(식당)의 경우는 파일럿이 쉽지는 않아요. 식자재나 조리법, 조리 시간 모두를 고려해야 하니까요. 영춘의 경우는 그래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해 보고 있고, 앞으로도 하려고 해요. 한두 가지 메뉴 정도를 계절에 따라 도입해 보고 반응도 보고요. 특히 빵의 경우는 그 속도를 조금 빠르게 해 볼 계획이에요. 반복하다 보면 좋은 반응이 있는 메뉴들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요리나 요식업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있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는데, 그러면 보통 데워먹을 것들을 두고 가시잖아요. 먹다 보면 좀 질려서 하루는 볶아보기도 하고, 하루는 구워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해봤어요. 그러다 새로운 시도도 하게 되고, 양이 많아지면 동네에 비슷한 상황인 아이들 불러서 같이 먹기도 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 앞으로 뭐 하면서 살 지 고민을 하는데, 공부는 확실히 아닌 것 같았고 요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조리과에 진학했죠.


가장 잘한다고 자부하는 요리가 있으세요?

잘한다기보다 조금 특이한 메뉴가 있어요. 첫 직장에서 자주 만들던 시그니처 메뉴였는데요. 알리오 올리오 베이스에 베이컨이 들어간 파스타예요. ‘소박한 시골파스타'라는 이름의 메뉴였어요.


혹시 터틀(지금은 없어진 식당)에서 일하셨어요?!

네 맞아요.


와, 저 너무 좋아하는 메뉴였어요. 저도 그때 첫 직장 다닐 때인데, 회사 사람들 중에 그 메뉴 팬이 정말 많았거든요. 3년 전인가도 너무 먹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없어졌더라고요.

그 회사에서 정말 많이 와서 드셨어요. 남자분들 6명이 와서 시골파스타만 각자 하나씩 시켜서 드시기도 하던 게 기억나요. 신기한 우연이네요.


인터뷰를 떠나서 꼭 다시 한번 시골파스타를 먹어보고 싶어요. 진심입니다.

(웃음)


쉴 때는 보통 뭘 하면서 회복하세요?

집안일 하는 것을 좋아해요. 빨래 개는 걸 제일 좋아하고요. (웃음) 장을 봐 와서 재료 손질해서 차곡차곡 넣어 두는 것도 좋아해요. 제가 식욕이 많지 않아서 먹고 싶은 메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잘 없는데, 한 번 생각이 나면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그걸 해 먹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래서 주말에 가급적 밑재료들을 손질해 두려고 해요. 메뉴가 떠오르면 바로 해 먹을 수 있도록.


집안일이 즐겁다니 부럽네요. (웃음)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예요?

어떤 특정한 한 순간이라기보다는, 손님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 매번 보람을 느껴요.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는 직접 서빙도 하고, 간단한 설명도 덧붙이는데 나가면서 ‘좋았다, 맛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좋았고요. 지금은 그때처럼 직접 다가가서 서브하는 건 아니지만, 메뉴나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때가 좋아요. 아마 그것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건 타고난 성향인 걸까요?

어렸을 때 집에서 요리해서 동네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때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나요. 지금도 제가 한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으면 그게 참 좋고요. 아마도 성향이 아닐까 생각해요.


케이터링 행사가 있을 때나 주말에도 자주 보이시는데, 지치지 않으세요?

매니저에게 주어지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메뉴 선정이나 운영 등에 대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많은 만큼, 결정에 대해 책임도 가장 많이 져야 하는 거죠. 실제로 그러라고 보수를 받는 것이기도 하고요. 지난 직장들에서 선배들한테 보고 배운 것이기도 해요. 제가 혼자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 곳에 제가 있으려고 합니다.


고객으로서 자주 가시는 카페가 있으세요?

연남동에 ‘아스트로노머스커피'라는 마이너한 느낌의 카페가 있는데 즐겨 가요. 커피가 정말 맛있어요. 너무 붐비지도 않고요.


일할 때 꼭 지키는 신념이 있나요?

늘 어렵긴 한데, ‘똑같이, 한결같이'라는 키워드예요. 어떻게 보면 식음료 매장의 매니저라는 것이, 제품을 만드는 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모두 관리하는 것인데요. 이 두 가지 차원에서 모두 일관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커피 내리는 것을 예로 들면,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해요. 원두의 로스팅 상태, 보관 기간, 날씨처럼 외부 요인도 있고, 조율, 분쇄, 추출 등의 단계에서 바리스타의 역량이나 태도도 영향을 줘요. 변수가 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최대한 파악하는 것, 그리고 변수들을 고려하여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관된 맛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비스도 마찬가지인데, 이 경우는 같이 일하는 멤버들을 대하는 태도와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모두 포함되는 것 같고요. 그게 결과적으로 고객들이 느끼는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거죠.
완벽히 일관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것을 추구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꽤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자주 만나시는 지인들에게 ‘신우종스럽다'라고 하면 어떤 단어를 떠올릴까요?

‘노잼’이요. 느껴지시지 않나요? (웃음)

저희 회사 분들이 우종님의 패션 센스를 칭찬했어요.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신가요?

사실 저는 완전 패알못이었는데요. 가로수길에서 오래 일하면서 같이 일하는 형 동생들이, ‘그렇게 입고 다니면 안 된다'면서 추천을 많이 해 줬어요. 지금은 그나마 저한테 어울리는 옷을 입을 수는 있다 정도인데, 그렇게 봐주셨다면 주변 지인들의 노력의 결과입니다.


일하면서 도움이 된 책이 있나요?

<에스프레소 : 전문가를 위한 테크닉>이라는 책이요. 입문용으로 좋아요. 기본을 다룬 책인데, 담담하게 쓴 에세이 형식이에요. 잘 읽히고, 언제든 다시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보기에도 부담 없고 좋아요.


Editor 김와이 황단단   |  Photo 강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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