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혁신을 디자인하는 일

2021-04-26



최형욱 | 라이프스퀘어 대표

사물인터넷 스타트업 ‘매직에코’의 공동 대표를 거쳐 변화와 가치를 만드는 혁신기획사 ‘라이프스퀘어’와 미래 전략 싱크탱크 ‘퓨처디자이너스’에서 신기술과 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아시아발 협력의 시대를 꿈꾸며 ‘팬 아시아 네트워크’를 공동 설립했다. 기술과 선한 영향력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다양한 실험과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를 썼다. (huchoi@gmail.com, 서울숲점)


"혁신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토론이 필요해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형욱님께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혁신이 뭘까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시도하고 적용해서 기존의 것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더 낫다’는 것은 뭘까요?

그건 상대적이라고 봐요. 예전이라면, 기업 입장에선 매출이나 이익, 고객 성장 등이었겠죠. 소위 말하는 주주가치의 극대화.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에서 기업의 성과는 나아졌지만 다른 누군가는 더 안 좋아지는 상황을 봐왔습니다. 노동자나 환경 등이 그렇죠. 결론적으로 보면 기업들이 무언가를 ‘더 낫게’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워요. 제가 2012년에 동료들과 함께 <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을 번역했는데요. 요즘 화두인 ESG와 매우 유사한 주제를 다룬 책입니다. 책에서 기업이 이해관계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4가지 이해관계자를 언급합니다. 주주, 소비자, 임직원, 지역사회. 요즘은 여기에 환경과 파트너사들도 포함해야겠죠. 이중 어느 누구도 희생하지 않고 같이 나아지는 것, 그게 ‘더 나아진다는 것’의 의미 아닐까 싶어요.


라이프스퀘어, 퓨처디자이너스, 팬아시아 네트워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과거에 했던 것까지 더하면 정말 많은 것들을 시도하셨고요. 그 바탕에는 어떤 동력이 있나요?

실제로 변화를 앞당겨 세상에 내놓는 사람들에게서 자극을 받습니다.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이죠. 불가능해 보이는 다양한 일들을 벌이면서, 실제로 그걸 사람들 눈 앞에 가져다 놓는 이들을 보면 자극이 돼요.
그리고 제 주위에, 저처럼 새로운 것들을 좋아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제가 함께 결성한 팬아시아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을 보면, 대부분 성향이 저와 비슷해요. 그럼 무슨 얘기를 해도 신이 나죠. (웃음) 제가 가진 생각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통해 에너지를 받습니다.


팬아시아 네트워크는 왜 만들게 됐나요?

저는 아시아가 가진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해요. 아시아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회 변화나 기술 주도는 서구 국가들로부터 오죠. 혁신은 결국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데 아시아 국가들끼리 서로를 너무 모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유명 창업가나 작가를 대만에서는 전혀 몰라요. 대통령이 누군지 정도를 알까 말까 하죠.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미래에 큰 기회의 흐름이 왔을 때 혁신을 잘 해내려면 지금부터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멤버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혁신 사례가 잘 안 생기는 것도 같아요. 왜 그럴까요?

다양한 요인이 있을텐데요. 우선 실패에 대한 사회적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한 번 실패하면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인식될 만한 사건들을 겪었죠. 대표적으로 IMF가 있었고요. 이게 사회 전체적인 트라우마로 이어져 왔다고 봐요. 공무원을 포함한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사회적 열망으로도 이어졌죠.
이와 더불어 언어가 갖고 있는 엄격한 위계도 혁신의 장애 요소 중 하나입니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전한 합의점을 찾기 위한 자유로운 토론이 필수죠. 그런데 한국만큼 언어의 위계가 강한 나라가 없어요. 만나자마자 나이로 서로 서열이 정해지죠. 나이가 많은 사람이 바로 반말, 하대를 하는 경우도 많고요. 언어에 위계가 있으면 서로 간 힘의 균형이 깨져요. 토론에 약할 수밖에 없죠. 


그래도 잠재력은 크다고 보시나요?

요즘 음악이나 콘텐츠 등에서 엄청난 성과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사회 전체적인 문화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그걸 뚫고 나오는 성과들이죠. 전반적인 문화가 더 잘 받쳐주면 더 많은 성과들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해요. 


첫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10년 일하셨습니다. 그만두고 나온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원래는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려고 했어요. 미국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글로벌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건너갔죠. 그런데 제가 대학원을 졸업할 때쯤 9/11 테러가 터졌어요. 외국인 채용도 급감하고 비자도 축소되어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에서 일을 시작했죠.
일하면서 좋은 경험도 많이 했고 많이 배웠지만, 결국 제가 정말 추구하는 바를 이루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혁신을 통해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사람인데, 삼성이 그런 일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거든요. 회사가 돈도 많이 벌고 기술도 훌륭하고, 좋은 인재들도 정말 많은데, 조직 안에 존경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건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중에 외부의 변화도 보이기 시작해서 결정을 내렸죠.


어떤 변화였나요?

모바일로의 큰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였어요. 사람들이 갑자기 SNS를 폭발적으로 시작했고요. 세상이 크게 변하는 주기가 있다고 보는데요.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가 그랬죠. 그 변화를 잘 잡으면 기회가 되고, 모르면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큰 조직 안에 있으면 변화를 잘 느끼기가 어려워요. 직접 나가서 기회를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버닝맨을 다녀오고 쓰신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요.

저를 진정으로 바라보게 된 경험이었어요. 제가 정말 불완전하다는 것, 제가 저를 정말 잘 모른다는 것, 아직 발견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었어요. 반대로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이 공존한다는 것도 깨달았죠. 아마 죽을 때까지 저를 완전히 알진 못하겠죠. 저를 알아가는 과정이 계속 진행되지 않을까 싶어요. 인간은 무궁무진한 존재니까요.



인생의 모토가 있으세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대사가 있어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말인데요. 많이들 그 영화에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라는 ‘오늘을 붙잡아’라는 말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앞에 왜 오늘을 붙잡아야 하는지 이유가 나와요. “make your life extraordinary”라는 말입니다. 네 삶을 너만의 특별한 삶으로 만들어라, 그러기 위해 오늘을 잘 붙잡으라는 거죠.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헤이그라운드 멤버들에게 영업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테슬라요. (웃음) 아주 가끔씩 ‘이로 인해 세상이 바뀔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제품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15년 전이었다면 아이폰이었겠죠. 써보기 전엔 사람들이 아이폰을 조금 다른 종류의 핸드폰 정도로 여겼죠. 그런데 베일을 벗으니 기존의 피처폰과는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라고 할 만한 제품이었죠. 테슬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직접 경험해보면, 그냥 연료가 다른 자동차라고 하기엔 변화가 너무 많아요. 시동을 건다는 개념은 사라졌고, 원래 엔진이 자리했던 차 전면은 프렁크라고 부르는 수납 공간이 됐어요. 이 제품이 진화하면서 가져올 수많은 변화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Interview 헤이리슨 | Photo 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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