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기차, 어디까지 왔을까?

2021-06-07



정우성 | 더파크 대표

시간이 소중한 우리를 위한 취향 공동체 <더파크>의 대표다. 라이프스타일 칼럼을 쓰고 요가 수련을 한다. 고전음악과 일렉트로니카, 나무를 좋아한다. 마음이 소란할 때마다 음악과 책을 챙겨 걷는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머리를 민다. 관계 에세이 <내가 아는 모든 계절은 당신이 알려주었다>를 썼으며 요가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더파크 유튜브)(@woosung_24)


"아직 전기차 = 친환경이라 보기는 어려워요. 타던 차를 최대한 오래 잘 타세요."




요즘 더파크 유튜브에도 전기차 리뷰가 자주 올라옵니다. 전기차는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될 거라고 보세요?

꽤 오래 걸릴 거예요. 저는 좀 보수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실제 구매를 생각하면, 집이나 회사에서 큰 불편 없이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면 바로 구매도 고려할텐데 그렇지 않다면 좀 기다릴 것 같아요.


보조금이 조금이라도 높을 때 사려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할인을 받아도 지출은 지출이죠. 보조금을 받아도 전기차는 비싼 대안이고요. 자동차는 소비재고, 소비재는 구매한 이후에 손이 덜 가고 편히 쓰는게 제일 좋다고 보는데요. 아직은 가격만큼의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환경인 것 같아요.


친환경적인 소비를 한다는 의미에서는 어떤가요?

한국은 여전히 전기 생산에 화석연료를 많이 쓰죠. 아직은 전기차 = 친환경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은, 타던 차를 잘 관리해서 최대한 오래 타는 겁니다. (웃음) 


전기차 이야기에서 테슬라를 빼놓을 수 없죠. 테슬라를 아이폰과 비교하기도 하던데요.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나요?

달라요. 테슬라는 기본적으로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자동차)라고 하는데요. 테슬라를 경험하는데 있어 소프트웨어가 매우 중요해요. 그리고 이 소프트웨어가 OTA(Over The Air)라는 방식으로 정비소에 가지 않고도 쉽게 업데이트 됩니다. 아이폰이 업데이트 되듯이 내 차에 새로운 기능이 계속 추가되는 거죠. 테슬라 오너들은 이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고 해요. 이미 판매된 다량의 차들을 통해 데이터도 빠르게 쌓고 있어서 자율주행 시대가 와도 테슬라의 소프트웨어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테슬라는 어떻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을까요?

전기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수가 30% 이상 줄어요. 엄청난 차이죠. 테슬라의 경우는 처음부터 거기에 맞춰서 생산 설비 투자를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부품을 통합하거나 하면서 효율화를 많이 이뤄냈다고 해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몸집이 너무 커서 바로 변화를 만들기가 어려워요. 차 한대를 만드는데 수많은 부품 협력사들이 함께 움직이거든요. 


전기차가 주류가 되면서 부품수가 줄어들면, 그 협력사들로서는 위기를 겪겠군요.

맞아요. 거기서 생기는 이코노미 이슈를 무시할 수 없어요. 패러다임이 변할 때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이슈나 부작용들이 늘 있을 수 있어요.


기존 완성차 브랜드 중에 친환경 테마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브랜드가 있나요?

볼보요. 볼보는 이미 2020년에 "2021년부터 디젤 차량은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리고 글로벌에서 2030년까지 순수내연기관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고요. 볼보의 경우 라인업에서 디젤 SUV 비중이 꽤 컸으니까 과감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2040년까지는 생산과정에서의 탄소중립도 이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자율주행의 상용화는 훨씬 더 오래 걸릴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차의 개념도 많이 달라지겠죠?

많이 달라질거예요. 지금 출시되는 전기차들을 보면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휠베이스가 길어요. 그 자리에 배터리가 들어가죠. 하부가 아주 평평한 판형이에요. 자율주행이 단계별로 상용화되어가면서 디자이너들은 이 공간을 제2의 리빙 스페이스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거예요. 정말 손이 자유로워지는 단계까지 가면 좌석이 돌아가거나 가운데 테이블을 두거나 등등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겠죠. 여전히 안전 이슈가 남겠지만요.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드려볼게요. 자동차 에디터가 된 과정이 궁금해요.

학부 졸업할 때 흔히 말하는 언론고시를 준비했어요. 원래는 PD가 되고 싶었죠. 우연히 지인의 권유로 경향신문 공채를 냈는데 합격했어요. 6개월 사회부 수습을 하고 전 잡지 쪽 일이 하고 싶어서 레이디 경향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지큐로 옮겨서 처음엔 음악, 미술 인터뷰와 칼럼 담당으로 재미있게 일했죠. 그러다 자동차 담당 선배가 퇴사를 하게 됐는데, 그 자리를 2-3개월만 해 달라고 제안을 받았어요.
팀에 면허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거든요. (웃음) 금방 자동차 담당 뽑아 주겠다고 했지만 잘 안 됐고, 저는 지금까지 자동차 분야를 하고 있네요. (웃음)



원래 자동차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군요. 의외네요.

네, 그냥 일반적인 수준의 관심이었고 잘 몰랐어요.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신호등에서 신호 기다릴 때 서 있는 차들도 다 싫고. (웃음) 그런데 열심히 했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까 또 재미가 있는 것도 같았고. 어느 순간 자동차 커리어가 제게 메인이 돼 버렸죠.


미디어 스타트업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저는 잡지 산업 전성기의 끝물을 누렸어요. 그런데 독자들이 점점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어요. 밖에서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고요. 회사에 꽤 오랫동안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조직이 쉽게 바뀌지 않잖아요. 지큐 그만둘 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제가 너무 좋아했던 매체였고, 좋아했던 팀이었거든요. 그후 에스콰이어에서 팀을 꾸려서 뉴미디어를 제대로 해보려 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았어요. 그러다 강정수 박사님 제안으로 메디아티의 투자를 받고 창업을 하게 됐죠. 


이름이 왜 더파크인가요?

창업할 때는 자동차 관련 콘텐츠만 만들려던 것이 아니라 문학, 영상, 자동차를 다 다루려고 했어요. 그걸 텍스트, 오디오, 영상이라는 도구를 모두 활용해 다뤄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주제를 선정하는 저희의 렌즈가 ‘최신 트렌드'보다는 언제든 소비할 수 있는 ‘에버 그린’이길 바랐어요. 저희 취향이 드러나는 콘텐츠들로 만들어진 공원 안에 사람들을 커뮤니티로 묶어보자는 생각에서 이름을 더파크로 지었습니다. 


에디터/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 더 다뤄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최근에 콘텐츠 구성에 대한 고민을 좀 했어요. 유튜브 공식을 잘 따르면, 자동차 영상의 조회수는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유명하고 비싼 차를 비판하는 영상을 만들거나 하면서요. 그런데 그게 저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6월부터는 자동차 리뷰가 아닌 다른 영상들도 조금씩 섞어 보려고 해요. 유튜브 알고리즘을 생각하면 유리한 선택은 아니지만, 그걸 너무 신경쓰다 보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제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과, 외부에서 반응이 오는 주제들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가 보려고요.


헤이그라운드 멤버들에게 영업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7월 초에 민음사와 작업한 제 책이 나오는데요. 요가 관련한 에세이예요. 지금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웃음)


책 기대되네요. 6월 공통질문입니다. 10년 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10년 전이면 제가 한창 자동차 분야에 적응해서 열심히 하고 있을 텐데요. 요가를 시작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의도적인 책 홍보는 아닙니다. (웃음) 제 경우엔 요가를 시작한 것이 제 일과 일상에도 너무나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조금 더 일찍부터 요가를 수련했다면 제가 살면서 해 온 여러 시행착오들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네요.


Interview 헤이리슨 | Photo 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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